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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호수 속의 작은 마을 산책-박 동균

노르웨이 호수 속의 작은 마을 산책  
물 속 구경에 맛을 들인 이후로는 다른 목적으로 외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잠깐이라도 틈을 내서 물속 구경을 시도해 보곤 한다. 올해 초 6월 노르웨이 출장이 확정되고 나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범고래와 수영하기, 킹크랩 잡기 등에 흥분하다가 시즌이 아니거나 너무 멀다는 등의 이유로 노르웨이 물속 구경은 포기해야 할까 마음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에 노르웨이 호수 속에서 작은 마을을 찍은 수중 사진을 보고 묘한 호기심이 생겨 그곳을 가보기로 했다.

올래순의 새벽 전경 

선착장으로 다가오는 페리

하지만 대부분의 다이빙 센터 홈페이지는 노르웨이어로 되어 있어 판독이 불가능했고 정기적으로 이 호수에서 다이빙을 진행한다는 센터도 없었다. 지인이 도움으로 겨우 올레순에 있는 ALESUND DYKKERSENTER(www.dykkersenter.no)에서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아 일단 진행하기로 하고 암스테르담 경유 오슬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예이랑에르 피오르드

6월 6일, 아침에 오슬로에 도착해서 다시 렌트카를 빌려 550 km를 8시간 동안 운전해서 저녁에 올래순에 도착했다. 다이빙 숍을 방문하니 다이빙을 진행해줄 Svein Wollstad이 반겨주었다. 그는 멀리 한국에서 찾아온 다이버에게 룬데 섬의 금화와범고래 및 혹등고래 등과의 만남에 관한 흥미로운 노르웨이 다이빙 이야기를 해주었고, 직접 발견한 금화도 보여 주었다. 
    
Lyngstøylvatnet 호수

6월 7일, 아침 일찍 모든 장비를 차에 싣고,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 좁을 산길을 따라 예이랑에르 피오르드를 구경하면서 두 시간을 이동한 후에 목적지인 Lyngstøylvatnet 호수에 도착하였다. 
     
당시의 마을 사진
    
노르웨이 외딴 시골 골짜기 안쪽에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동네가 있었다. 1908년 5월 26일 아침, 사람들은 엄청나게 멀리서 들리는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고, 두렵기도 하여 마을 입구에 모여 불안해 하고 있었다. 이때 마을의 노인 한 분이 이런 큰 소리가 나면 곧 커다란 파도가 덮쳐오기 때문에 빨리 높은 곳으로 피해야 한다고 소리를 쳤고, 사람들은 서둘러 가축들을 데리고 골짜기를 벗어나 높은 곳으로 달려갔다. 모두들 피신한 후에 협곡을 따라 커다란 파도가 마을을 덮쳤고 파도가 지나간 마을은 물에 잠기게 되었다. 
    
형태를 갖춘 집터

호수 입구에 쓰여 있는 간단한 설명을 보고 상상한 그날의 모습이다. 빙하로 만들어진 협곡은 경사가 매우 높아 커다란 산사태가 발생하면 협곡의 물이 순간적으로 넘쳐 올라 커다란 쓰나미가 발생한다. 이 파도가 피오르드를 따라 전파되면 이차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파도가 지나간 후 협곡에 쌓인 흙더미로 인하여 작은 강은 흐르지 못하고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호수 속에는 100여년 역사의 평범한 노르웨이 작은 시골 마을이 폐허가 된 모습으로 정지되어 있었다. 마을 입구를 나타내는 문을 지나 길을 따라서 걷는 것처럼 길 위를 천천히 날아갔다. 길 옆으로 고사한 나무들이 줄을 서 있었고, 11개의 집터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은 그냥 돌무더기로, 어떤 것은 집터의 형태가 보이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마을 입구
     마을의 길과 주변의 나무들
     마을 돌담

형태를 갖춘 집터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누구나 한번은 다시 가보게 된다. 대부분 곧 철거예정인 도시의 쓰레기 터로 전락했거나 이미 연립주택이나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망을 하게 된다. 세월의 흐름에 무너지고 달아진 체로라도 보존되는 것들은 왕이나 귀족들이 살던 문화유적일 경우이고, 일반적인 동네의 흔적은 보존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속에 잠겨 호수가 되었기 때문에 100년 전 동네가 그나마 흔적으로 보존된 것 같다.

함께 한 다이버들

아무도 없는 녹색의 차가운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잊어졌던 어릴 적 혹은 전생에 살던 마을로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이동한 착각을 하게 된다. 천천히 길을 따라 둥둥 떠다니다 보면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호수 앞에서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댐들이 건설되면서 기존의 마을들이 수몰되어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수몰된 곳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사를 해서 그 중 일부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스쿠버 다이빙 사이트로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글, 사진/ 박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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