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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I.TDI 장학생 강사 9기 참가기

SDI.TDI 장학생 강사
9기 참가기

종강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6월 마지막 주.
여러 지역 대학에서 모인 15명의 학생들과 함께 강원도 강릉 인투더씨 리조트에서 SDI.TDI장학생강사 9기 교육과정이 2015. 6. 25~ 7. 2까지 진행 되었다.

강릉의 인투더씨 다이브센터에서 ITC 동기들의 단체사진

아침구보 후 몸풀기 체조를 하는 학생들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스쿠버 다이빙에 매력을 느껴 주로 펀다이빙을 했었기 때문에 즐기는 취미와는 다르게 책임감을 요구하는 강사에 도전한다는 것이 사뭇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신청하는 날 까지도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에 참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또한, 교육 들어가는 날엔 주변 강사 선배님들과 친구들에게 ‘ 나 힘들어서 눈물 날 때 연락할 테니까 대기타고 있어!’ 라고 말하며 청승을 피우기도 했었다. 그렇게 밀려드는 걱정과 함께 교육이 시작되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훌쩍 지나고, 현재 이렇게 앉아 되돌아보는 시간이 아직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진지하게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교육이 시작하는 첫 날, 정시에 맞춰 도착하는 것 보다 미리 가 있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나름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런데 리조트에 도착하니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숨소리를 죽인 채 필기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밀려드는 걱정과 함께 나도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있었지만, 생각과는 조금 다른 친구들의 모습에 한 켠에 올라오던 설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걱정과 함께 그저 긴장만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긴장된 모습과 함께 조금은 경직되어 자기소개를 하던 그 때의 어색한 공기가 지금은 참 그립기도 하다. ‘저기...’로 시작 했던 메시지는 현재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일화가 되어버렸고, 이젠 하루도 쉬지 않고 울려대는 대화방을 떠올리자니 그 때 당시의 우리가 참 귀여웠다.

레스큐 과정 복습

긴장되었던 시험을 마치고 SDI/TDI/ERDI 이렇게 세 팀으로 나뉘게 됐다.
SDI팀은 곽세상, 김희경, 안석경, 이상일, 최하늘. TDI팀은 박지훈, 윤상돈, 임채원, 장선화, 정일준. ERDI팀은 구광모, 노현욱, 이소정, 최다솔, 한혜진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팀이 구성되었던 첫 날, 우리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걱정 없이 편히 잠들 수 있었던 밤이었다.

강릉국민체육센터 다이빙풀에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 이튿날. 이른 기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이라는 막연한 책임감이었을까? 다들 피곤함은 적고 긴장감으로 인해 다들 가뿐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교육 장소이자 시험장소가 될 강릉국민체육센터로 향했고 필수적인 수중기술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첫 교육이 시작됐다. 이미 100로그를 채우고 다양한 환경에서 다이빙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중기술은 갖추고 있었지만, 전문적인 SDI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통일된 기술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이 할 줄 아는 것과 앞으로 교육생을 맞아 시범을 보이며 가르친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 기본적이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였다.

때론 지칠 때도..
말 그대로 ‘수영 좀 한다’ 싶은 친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장 부담을 갖는 종목이 바로 수영이다. 400m 10분 맨몸수영. 800m 17분 핀수영. 교육에 참가하고 이튿날 바로 수영 시험이 치러졌다.
치르는 내내 모두 부담을 떨칠 수 없었지만, 시험을 치른 후 우리에게 끈끈한 무언가가 안겨진 날이 아마 이 날 이었을 것이다. 수영 시험을 보던 한 친구가 제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고, 완주하려는 친구를 위해 끝까지 소리치며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장학생강사 9기라는 이름 아래, 동기가 된 우리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더욱 단단히 이어지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는 모습

교육 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잠 못 잘꺼야’ 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 일정들이 비슷하게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구보를 한 후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 가는, 그리고 돌아와 정비하고 이론 교육을 받은 뒤 강의 과제 덕분에 침대와 멀어져 잠 못 드는..
하루 하루가 지나갈수록 슬슬 아침에 구보하러 나오는 친구들의 얼굴에 영혼이 없었다. 첫 날 가뿐했던 그 모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헷갈리는 친구들이 속출 했고, 조금은 지쳐가던 어느 날, 사복 입은 어떤 무리가 등장했다. 바로 전년도에 우리와 똑같은 과정을 겪었던 8기 선배님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찾아오셨고, 선배님들의 경험담은 조금은 지치고 해이해질 수 있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침 구보를 나서는 걸음이 지쳐 보인다

하루는, 온종일 리조트 안에서 교육이 진행 된 날이 있었다. 연이은 수영장 교육과 밤늦게까지 이어진 과제 수행 탓인지, 그 날 따라 많은 친구들이 엉덩이만 붙이면 졸기 시작했고 난데 없이 찾아오는 졸음을 쫓아내보겠다며 서서 듣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려졌다. 각자 방에 돌아가 30분만 자라고. 그리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 날의 낮잠은 내가 맛 본 낮잠 중 가장 꿀맛 같은 낮잠이었노라고.

팀 별로 진행되는 티칭 연습

결말은 해피 엔딩~
교육이 후반으로 향하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시간이 가속도가 붙음을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 있던 기술이 갑자기 흔들리고, 부족했던 기술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마음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픈워터 트레이닝 준비

그리고 드디어 이틀간에 걸친 제한수역과 개방수역 평가의 날.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심히 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는 누구에겐 아쉬움을, 누구에겐 완벽을 선물해주었고 나에겐 깨달음을 남겼다. 내가 한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무언가를 알려준다는 것, 그것은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힘들어도 사진은 예쁘게

그렇기 때문에 무심하게 넘겨버릴 수 있는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고, 그걸 직접 몸으로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단 한 순간의 부주의함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

해양실습 출발 전에 동기들 모두 함께

그리고, 시험결과가 발표되었다.
희비가 엇갈린 친구들도 있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며 좋은 결과를 가진 친구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 어색함이 감돌던 그 공간에서 이제는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지게 되었다.

오롯이 빛나는 기억.
교육 일정이 중반을 넘어갈 즈음이었는데, 하루는 모두가 둥글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때, 성재원 트레이너 님께서 “너희 서로의 특징을 말해봐”라고 하셨다. 한 명씩 이름을 지목하면 지목 된 친구에 대해서 각자가 느낀 특징을 말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때 우리는 대부분 침묵을 지켰었다. 사실 당시의 나는 이름을 못 외운 친구가 있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단어 하나로 상대를 표현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누군가가 내게 다이빙의 부수적인 매력을 묻는다면, 나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다이빙이라서 부수적인 매력은 아니지만, 다이빙을 안했다면 평생 말 한번 섞어보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들, 그렇게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교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간 관계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는 나는,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 14명을 얻게 되어, 이 장학생강사과정에 또 한 번 감사하다.

수신호는 크고 절도 있게

교육과정 중 혹여 당이 떨어져 집중이 흐트러질까 한 쪽엔 늘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또, 교육을 받기 위해서 온 것인지 맛집 투어를 하기 위해 이 곳에 들어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우리가 맛 좋은 음식을 먹으며 힘낼 수 있게 해주셨다. 또, 밤에 과제로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구세주처럼 치킨을 들고 나타나셨던 오대장님, 시중에 한 봉지 구하기도 힘들다는 허니버터칩을 한 상자 보내 주는 기적을 보여주신 17 트레이너님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멋진 사진도 찍어주신 와이진 작가님, 피자파티를 열어주신 서원대 교수님들, 모두가 환호했던 방수백을 선물해주신 김도형, 정용선, 박준호 트레이너님, 맛있는 해장국을 직접 만들어주시고 개방수역평가를 도와주신 김형철 트레이너님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에, 좋은 환경에서 우리는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시험 당일, 같은 장소에서 그 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것을 보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긴장 한 탓에 배를 부여잡고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으며 떨고 있었다. 그런 내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넌지시 농담을 건네고 시험이 끝난 뒤엔 그 동안 수고했다며 악수 해주실 때에는 가슴이 꿀렁거렸다.

나는 평소 나의 다이빙 실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픈 워터 때 이후로 잘 했다는 말을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다 큰 성년의 몸으로 내심 아이처럼 칭찬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뿌듯함과 동시에 기뻤던 것은 트레이너님들께서 잘 했다고, 수고 많았다고. 더 이상 듣지 못 할 줄 알았던 칭찬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좋아졌다’ 라는 무심 한 듯 애정 섞인 그 한마디가, 날지 못하는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기분, 뭐든지 잘 할 것 만 같은 자신감도 함께 솟아났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순간들

처음 오픈 워터를 취득하고 다이빙에 흥미를 느꼈던 그 때의 나는 참 행복했는데, 본격적으로 강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종종 왜 이리 고단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에 주책처럼 눈물이 난 적도 있었고, 부족한 내 실력이 느껴질 때 마다 자책하며 마냥 힘들게만 느껴졌었다. 그렇게 슬럼프가 찾아올 때 즈음, 힘들다는 말을 줄이면 힘든 일도 줄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고단하면서도 후회는 되지 않는 마음에 최선을 다하고자, 투어 한 번이라도 수영장 한 번이라도 더 가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무사히 장학생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무언가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스스로가 제동을 걸 때,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끝까지 밀고 나가며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란 듯이 열심히 하다가 끝내 잘해버리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가장 큰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천의 갈매기 바위 위에서

고수 광모, 신데렐라 희경, 신촌불나방 현욱, 뱃멀미 지훈, 이짱 석경, 족보브레이커 상돈, 침수 상일, 철벽 소정, 군산대개척자 채원, 마스크 선화, 잠 일준, 부르주아 다솔, 신촌거북이 하늘, 다크 혜진 그리고 나 오땅 세상.
함께 으쌰으쌰 했던 우리 동기들 너무 수고 많았고 이 인연이 오래 쭉 유지되길 바라요. 또 아침 구보부터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부족한 저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성재원, 윤형준, 양승훈 트레이너님, 박장혁, 정민수 강사님. 또 개인적으로 부족한 저를 많이 지도해주셨던 최성기 트레이너님. 고개 숙여 감사 드리고, 해주신 충고들, 소중한 말씀들도 평생 지니고 갈게요.
아직은 미숙한 점이 더 많지만, 점점 더 성장해 가는 저희 모습 지켜봐 주세요.

2015년 들어 가장 행복한 순간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이 순간들이 한 철도 한 동안도 아닌 오롯이 빛나는 기억이 되길.


곽세상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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