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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백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물고기의 사랑



임주백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물고기의 사랑

들어가면서...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이르러 누군가가 “당신은 삶을 잘 살았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요? 삶을 잘 살았다는 것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마 가치 있는 것의 성취여부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 권력, 명예 등 사람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만약 죽음에 임박한 생물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 답은 자손을 얼마나 많이 남겼는가가 가치 있는 삶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사람도 역시 생물이고, 또 돈, 권력, 명예 등이 왜 필요한가를 깊이 생각해보면 이 모두가 자손을 많이 남기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생물이 많은 자손을 남기지만 환경과의 관계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성체가 되어 다시 자손을 남기는 생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물은 환경과의 관계에서 많이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의 변이를 추구하는 유성생식을 하게 됩니다. 유성생식은 두 개체가 만나 서로의 유전자를 반씩 혼합하여 새로운 유전조합을 가진 자손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의 사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불구경, 싸움구경처럼 사랑구경도 재미있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다른 생물들의 사랑은 다양하고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생명의 기원이 바다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종류의 생물이 다양한 사랑을 이어왔습니다. 이제부터 저와 함께 물고기의 사랑구경을 떠나 봅시다.

상어의 사랑
첫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상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어란 말을 들으면 식인상어의 두려움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와 소설의 영향으로 과장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상어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귀상어 등 그렇게 많지 않고,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도 악어, 사자, 곰 등 다른 맹수와 비교해서 특별히 많지는 않습니다. 상어는 다 자라도 몸길이가 20 Cm에 불과한 ‘츠라나가코비토상어’(일본 사가미만에서 동지나해에 걸쳐 서식하는 종)처럼 작은 것부터 몸길이가 20m로 물고기 중 가장 큰 고래상어까지 크기도 다양하고 성질도 다양합니다. 상어는 북극권의 찬 바다에서부터 열대바다까지, 얕은 바다에서 심해에까지 바다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상어는 약 350종이 알려져 있으며, 가오리류와 함께 뼈가 연골로 이루어진 연골어류에 속합니다.


겉모습으로 암, 수의 구별이 어려운 일반적인 물고기와 달리 상어는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상어의 지느러미 중 쌍으로 있는 배지느러미의 뒤에 포유류의 페니스처럼 생긴 돌기(클라스퍼: clasper)가 있으면 수컷이고, 없으면 암컷입니다. 암컷에게는 대신 ‘클로아카’(cloaca)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상어는 물고기 중에서 특이하게 클라스퍼를 암컷의 클로아카에 넣어 교접을 한 후 정자를 방출하는 내부생식을 합니다. 포유류는 땅 위에서 교접을 하기에 자세가 별로 어렵지 않으나, 상어는 물 속에서 교접을 하기 위해서 몸을 고정하여야 하는데 자세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상어의 교접은 물속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여, Head-standing position, Side by side position, Wrapping position의 자세 중 하나로 이루어집니다. Head-standing position은 바닥에 머리를 대고 물구나무를 서서 암, 수가 배를 맞대고 교접하는 자세이고, Side by side position은 암, 수가 바닥에 나란히 앉아 교접하는 자세이며, Wrapping position은 수컷이 암컷의 등지느러미나 가슴지느러미를 물고 암컷의 몸을 감싸서 교접하는 자세입니다. Wrapping position은 바닥이 아닌 수중에서 교접하는 것으로 수컷이 암컷을 물어서 몸을 고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암컷의 지느러미에 이빨자국이 있으면 처녀상어가 아닌 셈이죠.

레오파드 상어의 짝짓기  사진/ 강현주
짝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수컷이 암컷의 꼬리를 물고 구애를 하고 있다 . 암컷은 몸을 뒤집으며 수컷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촬영 당시 이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몰랐던 강현주 강사는 싸우는 것으로 알고 떼어 놓으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아마짝짓기 장면인줄 알았다면 아마 결정적인(?)장면이 나올때 까지 기다리지 않았을까?  

상어 수컷의 클라스퍼는 2개인데 암컷의 클로아카는 1개입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류학자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어의 클라스퍼는 배지느러미 가시가 변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얇은 막인데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뼈대가 지느러미 가시입니다. 연의 연살, 우산의 우산살, 부채의 부채살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느러미 가시가 변해서 된 클라스퍼의 움직이는 각도는 90°입니다. 상어 암컷과 수컷이 교접하기 위해 자세를 잡을 때 수컷이 암컷의 오른 쪽에 있을 때와 왼쪽에 있을 때 서로 다른 클라스퍼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컷의 클라스퍼가 2개라는 것입니다.


상어의 사랑은 대개 수컷이 암컷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는 것이나, 암컷의 지느러미를 깨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사랑이 무르익으면 상어의 종류에 따라 앞의 3가지 자세 중 하나로 교접을 합니다. 교접시간은 짧은 것은 45초, 보통 2분에서 5분 정도입니다. 그러나 20여분 (Scyliorhinus canicula), 35분 (Heterodontus francisci)의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상어의 사랑은 대부분이 수족관에서 이루어진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고, 실제 바다에서의 관찰보고는 적습니다. 이에 의하면 상어의 사랑은 대부분 얕은 바다에서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수심 1 ~ 2 m에서 이루어진 것과 7 m 수심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어의 사랑은 관찰하기가 어려워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제주오션

※임주백 박사님이 재미있는 물고기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실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어류의 짝짓기 등 행동 생태와 관련된 사진들이 있으면 스쿠버넷으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진에 대해서는 스쿠버넷에서 기념 티셔츠를 보내드립니다.

글/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생태학 전공
(주)제주 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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