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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원조 불가사리-권 천중



괴물의 원조
불가사리


“불가사리”는 우리나라에서 상상 속에 존재 하는 동물로 가장 기괴하고 환상을 이끌어내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영화 “불가사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괴수’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불가사리이다.

바다의 포식자 아무르 불가사리

이희승 선생의 국어사전에는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무소의 눈, 바늘 털, 범의 꼬리를 지녔다’고 묘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쇠를 먹으며, 악몽을 무리치고, 사기(邪氣)와 역질(疫疾)을 쫓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그럼 해양 생물인 불가사리는 왜 전설 속의 주인공으로 구전에 의해 전해 내려오는 영험한 동물과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불가사리란 이름은 죽일 수 없다는 “불가살이(不可殺伊)에서 유래 한다. 우리나라에서 구전되어 오는 것처럼 쉽게 죽일 수 없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불가사리가 포함된 극피동물의 특성이 바로 강력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불가사리의 팔이 잘려나가면 잘려진 몸에서 다시 팔이 생겨나며, 잘려나간 팔 또한 독립된 개체로 생장한다.

불가사리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불가사리에게 아주 무서운 수식어를 사용하면서 백해무익하고, 지구상에는 없어져야 할 해양 동물로 치부해 갔다. 물론 불가사리가 어민들이 채집하는 어패류 등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다이버 뿐만 아니라 어민들 및 일반인이 포함된 인류보다 해양 생태계에 더욱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필자에 해답은 ‘아니오’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나쁜 선입관으로 자리잡은 불가사리는 종의 구별 없이 마구잡이 식으로 자기들 만의 서식지에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모든 불가사리가 인류뿐 아니라 바다생태계에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잘못 알려진 정보로 사람들은 불가사리에 대한 나쁜 선입관으로 불가사리라면 종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불가사리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기로 하자.

Starfish 또는 Seastar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대표적인 극피동물로 세계적으로 1,800여종, 국내에는 1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 바다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불가사리는 별불가사리이다. 또한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와 일본 홋카이도가 원산지인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 불가사리, 거미 불가사리 그리고 빨간불가사리도 국내 바다에서 다이버들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불가사리 중 몸체에 붙어 있는 발이 셀 수 없이 많이 붙어있어 이름이 불리게 된 ‘삼천발이’는 경남이나 전남 연안의 다소 깊은 수심에서 종종 관찰된다.

이중 다이버와 어민들에게 모든 불가사리가 생태계의 파괴자로 인식하게 만든 종은 바로 ‘아무르 불가사리’이다. 나머지 종들은 죽은 물고기의 사체를 먹어 오염 등을 줄이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다이버들에 의해 바다에서 건져지는 불가사리는 대부분이 토속종인 별불가사리이다. 이유는 불가사리 구제 활동의 시기적인 문제 때문이다. 불가사리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봄에서 여름에 산란시기를 가진다. 그러나 이시기는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로 찬물에서 기원된 아무르불가사리는 수온이 낮은 깊은 수심으로 사려져 버린다. 따라서 구제작업시 쉽게 관찰되는 토속종인 별불가사리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불가사리의 구제 작업은 수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해야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 결과 불가사리의 구제작업 시기를 가을로 지정하여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차별적인 포식자 아무르불가사리
‘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아무르불가사리는 무차별적인 포식자이다. 이들은 큰 놈이 40cm 이상되는데 수중에서의 빛의 굴절로 인하여 훨씬 더 크게 보인다. 흰 바탕의 체색에 푸른점 무늬가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어 상당히 혐오스럽게 보인다. 아무르불가사리의 생장 특성은 캄차카 반도 등에서 유래한 영향으로 수온이 낮은 시기에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들은 수온이 올라가면 깊은 수심으로 이동해 하면(夏眠)에 들어간다. 또한 이들이 패각을 가지고 있는 조개를 포식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몸의 중심부터 다섯 방향으로 뻗어나간 팔로 먹이를 조개를 감싼 후, 팔의 아래 면에 붙어있는 수만은 관족을 이용하여 조개의 입을 강제로 벌린다. 불가사리의 힘을 견디지 못한 조개의 입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아무르불가사리는 벌어진 틈으로 위장을 뒤집어 밀어 넣는다. 조개 안으로 들어간 위장은 소화효소를 내뿜어 조갯살을 녹여 흡수한다. 아무르불가사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살아남은 조개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들은 식사량은 상당해서 하루 동안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 정도를 섭식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토속종 별불가사리
별불가사리는 토속 종이다. 윗면은 파란색에 붉은 점이 있고 배 쪽은 주황색을 띄고 있다. 별불가사리가 조개류를 전혀 포식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이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개류를 따라 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분히 감싸 안을 수도 없다. 결국 포식할 수 있는 먹이감도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된 바다생물 등을 섭식한다. 이런 습성은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다 밑바닥에 물고기가 죽어 썩어간다면 바닷물은 오염되겠지만 별불가사리가 사체를 분해해준다면 바닷물의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별불가사리는 먹잇감이 떨어지면 여름철 움직임이 둔해진 아무르불가사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 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주 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불가사리와 빨강불가사리류는 해양환경개선에 도움을 주는 불가사리라 할 만하다. 제주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조개류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물속에서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먹이로 섭취한다고 한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될 정도로 해양환경에 유익한 종들이다.
거미 불가사리

불가사리에 대한 연구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구제 방법은 물에서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불가사리는 잡아낸 후 땅 위에서 말려 죽인다. 그런데 불가사리는 부패되면서 지독한 냄새를 풍겨 마을 인근에서 처리하기 난감하다. 잡아 올린 불가사리를 정부에서 금액을 보상하여 수거해 가지만 보상비용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그러나 큰 보상을 바라고 불가사리를 잡지 않는다. 이에 불가사리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불가사리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양용물질 탐색, 천연물 탐색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불가사리를 통해 항암제가 성분이 개발되기도 하며, 불가사리 팔이 잘렸을 때 절단 부위가 감염되지 않고 새로운 팔이 재생되는 데서 착안하여 감염 저항 박테리아가 분리되기도 하였다. 이 감염 저항 박테리아의 분리는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어다리 불가사리

삼천발이 불가사리

불가사리
    
지금까지 좋지 않게 인식 되어 푸대접을 받던 불가사리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불가사리는 그 종에 따라서 해적으로 분류할 수도, 해양환경 및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필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연례행사처럼 진행되었던 민관의 불가사리 구제작업을 보면 불가사리라 하면 모든 게 나쁘다는 선입관만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잡아 올리는 보여주기 식 행사가 많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결국 건강한 바다를 가꾸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에 의해 근본적이며 현명한 대책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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