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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팔라우에서 보낸 블루 크리스마스

전문/ 팔라우의 신비로운 바닷속을 유영하며 맞이한 2011년의 크리스마스와 2012년의 첫날.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나폴레옹 라쓰와 함께 헤엄치며 보낸 9박 11일 간의 추억 이야기.태평양 서부에 3백4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팔라우는 우리나라 거제도의 면적과 비슷한 작은 공화국. 다이빙을 떠나기 6개월 전부터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로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출발 당일에는 설레임에 부풀었다. 출국 전 공항에서는 준비해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공항을 누비며 한 손에는 팔라우행 티켓을 자랑스럽게 쥐고 일행들과 팔라우 투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탑승길에 올랐다.




대형 수족관, 블루코너 포인트
팔라우를 대표하는 포인트인 블루코너는 조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이다. 비씨의 한 쪽 주머니에는 3년 전 구입한 조류 걸이를 넣었고, 바다에 띄워 놓은 부표로 조류의 세기를 확인하고 입수했다. 적당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 하나 둘 단단한 돌에 조류걸이를 걸기 시작했다. 이 때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자연 수족관이 따로 없었다. 오른편 위에는 블랙스내퍼 무리들이 사나운 표정을 하고서 시커먼 무리를 지어 지나가고 있었고, 예쁜 나비고기 무리는 꽃잎을 흩뿌린 듯 바다를 가득 메웠다. 리프 밑에는 잭피쉬 무리가 서서히 조류를 타러 올라오고 있었고 곳곳에 상어들이 우아한 꼬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대형 황다랑어와 자이언트 트래발리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평화로운 바닷속 수족관을 감상하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크기가 2m 정도인 나폴레옹 라쓰가 다이버 사이로 슥 나타나 태연하게 주변을 맴돌기 시작 하는 게 아닌가. 다이버들을 피하지 않은 덕분에 카메라로 특별한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길들진 나폴레옹 라쓰의 모습이 한 편으로는 안타까웠지만 오묘하고 화려한 비늘의 무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얀 달걀을 어떤 계기로 먹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피딩이 전면 금지 되었다.나폴레옹 라쓰를 보고 나서 산호 사이사이를 관찰하니 빨갛고 조그만 화이어 고비 세 마리가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쑥스러움이 많은 이 물고기는 셔트를 서너 번 누르니, 재빨리 자기 집으로 숨어버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뿌연 모래를 뿌리며 산호를 먹는 험프헤드 페롯 피쉬 다섯 마리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나폴레옹 라쓰처럼 눈이 뒤로 돌아가고 이마도 불룩했는데 은근히 다이버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팔라우에서의 다이빙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2백번째 다이빙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현수막을 꺼내 들고 DSLR 카메라를 든 양욱님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기념 사진을 남겼다. 때마침 좀 전에 본 나폴레옹 라쓰가 재빠르게 나의 하얀 현수막을 보고 다가와 평생 잊지 못할 수중 사진을 간직하게 된 순간이었다.


블루코너의 물고기 떼


강한 조류에 조류걸이에 매달려있는 다이버들


블루코너의 나폴레옹피쉬


눈알이 돌아가는 나폴레옹피쉬


산호를 꺠 먹고 있는 바다거북을 보고 있는 다이버들



이제는 만타가 점령한 저먼 채널 포인트
평화롭게만 보이는 바닷속에는 아름다운 물고기들만 사는 건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흔적 또한 그들과 함께 아직도 바닷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역사의 흔적이 잠겨있는 저먼 채널 포인트는 독일군이 배수로를 만들기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려 길을 내 부르게 된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하얀 모레로 이루어진 바닥이 많이 보인다. 총 네 번 입수를 시도해 세 번 만타를 볼 수 있었다. 만타들이 클리닝을 하기 위해 리프로 가까이 오는데, 이때 절대로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플랑크톤을 먹으러 바다를 가득 메운 물고기들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는데, 무언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시커먼 카펫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 저 멀리 만타 두마리가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한 녀석은 몸집이 4~5m 정도인 암컷이었고, 그 뒤를 작은 새끼 만타가 뒤따르고 있었다.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청소를 마치고 수면 가까이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마주친 것이다. 나의 체구가 작은 편이라 그런지 큰 암컷 만타는 나를 바라보고도 꿋꿋하게 바로 밑으로 지나갔다. 덕분에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만타의 모습은 너무 경이로워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였다. 배가 고팠던 만타는 수면 가까이서 큰 입을 벌린 채 뒤로 돌며 포식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네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플랑크톤을 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내 마음도 한껏 뿌듯해졌다.


만타


니모와 말미잘



추억은 방울방울
팔라우의 아름다운 섬은 함께한 다이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따스한 태양과 눈부시게 밝은 모래 바닥에서 멤버들의 추억 놀이가 시작되었다. 하나 둘 모래 위에서 뛰며 즐거운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어느 덧 다가온 팔라우에서의 마지막 날. 필수 코스인 잴리 피쉬 호수에서의 스노풀링, 밀키웨이에서의 화이트 머드 놀이와 상어 피딩 체험을 했다. 잴리 피시호수에서는 날씨가 흐려 해파리들이 물 깊은 곳에 있었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스노쿨링 실력을 발휘해 마침내 해파리의 모습을 눈 속에 담았다. 산호가 부서져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특징인 밀키웨이에서는 화이트 머드로 그 동안 태양에 지친 피부를 위한 작은 호사를 누렸다. 온 몸에 화이트 머드를 바르고 옥색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보기도 하며 팔라우에서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겼다.이렇게 9박 11일 동안 총 스물 다섯 번의 다이빙을 하며 약 18시간 동안을 팔라우의 바닷속에서 지냈다. 길고도 짧은 이번 여행은 내 마음속에 방울방울 남아 언제고 다시 찾아가리라고 다짐하게 했다. 2011년의 크리스마스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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