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태어나 고래에 대한 기억이 많은 필자는 어릴 적부터 살아 숨 쉬는 고래를 직접 보고픈 꿈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되고, 전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수중사진을 촬영하면서 점차 고래를 만나 사진에 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9월 드디어 그 꿈을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 고래의 일생을 담는 SBS 특집 다큐멘터리 팀에 합류하여 남태평양의 통가로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국제 환경법과 통가의 엄격한 자연보호 정책으로 인해 스쿠버 장비 없이 맨몸으로만 고래와 함께 유영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하기 6개월 전부터 스킨 다이빙 훈련을 해야 했다. 고래와 함께 자유자재로 유영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통가의 바바우에서 꿈에 그리던 고래를 만나 원하던 사진을 마음껏 촬영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다.
통가의 혹등고래통가의 바바우(Vava'u)는 혹등고래(humpback whale)가 회유하는 곳이다. 혹등고래는 남반구의 여름철에 남극의 피딩 그라운드(feeding grounds)에서 충분히 먹이를 먹고 살찌운 다음에 겨울이 되면 남태평양의 따뜻하고, 안전한 바바우(Vava'u) 연안으로 와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게 된다. 이들이 여행하는 거리는 8000km가 넘는데 포유류 중에서 가장 긴 회유 거리이다. 고래가 회유하는 기간의 바바우 근해는 수온은 평균 26℃ 내외이며, 시야는 30m 이상이다.
혹등고래는 이빨이 없는 수염고래로 빗 같은 큰 고래수염(baleen)으로 크릴새우 같은 것들을 여과해서 먹는다. 암컷은 길이 16m에 무게 45톤까지 성장하며, 새끼 고래는 1.5m에 1~2톤 정도 나간다. 새끼 고래는 암컷의 젖을 먹으며 자라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암컷은 하루에 100리트의 젖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바바우에서는 암컷과 새끼 고래를 같이 볼 수 있다. 암컷이 종종 수심 10m 정도에서 한쪽 눈을 감고 20분 정도 잠을 자는 동안 새끼는 3~5분마다 수면으로 상승하여 놀게 된다. 새끼는 호기심이 많아 다이버들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따라서 새끼가 있는 경우에는 항상 어미를 함께 주시해야 한다. 새끼 고래가 젖을 먹으며 어미 근처에서 노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다. 가끔 암컷과 새끼를 에스코트하는 수컷도 있다. 암컷은 수유하는 기간에도 짝짓기를 할 수 있다.
통가의 바바우에는 7월부터 10월까지 새끼와 함께 있는 암컷 혹등고래를 흔하게 볼 수있다. 어미의 배 밑에 붙어 있는 새끼 혹등고래
어미와 함께 수중으로 하강하는 새끼 혹등고래
어미 혹등고래가 새끼를 받쳐주고 있는 모습
어미와 새끼가 수면 근처에서 함께 장난치는 모습
혹등고래의 놀이 행동들
고래들 중에서도 혹등고래는 특히 놀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고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고래의 다양한 놀이 행동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의미를 연구하고 있다. 고래가 보이는 행동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히트런(Heat Runs): 수컷 고래가 암컷을 놓고 경쟁할 때는 보이는 밀어붙이거나 달려드는 등의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말한다. 보통 우두머리 수컷이 새끼들을 보호하려할 때에도 이런 행동을 한다. 히트런을 할 때는 고래가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거품이 일어나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다이버들의 입수가 제한된다.
브리칭(Breaching): 혹등고래가 몸 전체를 물 밖으로 솟구쳤다가 큰 소리를 내며 수면으로 떨어지는 행동이다. 가까이서 보면 벼락 치는 소리와 물보라가 솟구치는 등 엄청난 장관으로 이유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펙토랄 슬랩(Pectoral Slap): 고래가 측면으로 누워서 가슴지느러미로 수면을 내려치는 행동이다. 혹등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5m 정도로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긴 부속물이다. 그래서 이때 대포알이 날아가는 듯 한 소리가 난다.
로깅(Logging): 고래가 30분 정도 통나무처럼 수면에 드러누워 있는 것으로 잠을 자는 것이다. 이때가 다이버들이 관광객들이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테일 슬래핑(Tail Slapping): 고래가 수중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수직으로 서서 꼬리로 수면을 치는 행동이다. 15분 정도 계속하는 것이 관찰된 적도 있다.
스파이홉(Spyhop): 고래가 머리를 수직으로 3m 정도까지 물 밖으로 들어올리는 행동이다. 보통 눈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기에 이름처럼 그렇게 밖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혹등고래가 수면에서 쉬고 있는 모습. 통나무가 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로깅이라 한다
꼬리로 수면을 치는 테일 슬래핑
스파이홉 중인 혹등고래와 스노클러들
옆으로 돌아누은 혹등고래. 보통 펙토랄 슬랩을 할 때의 수중 모습이다
배를 드러내고 뒤집고 누워있는 혹등고래
통가 왕국(Kingdom of Tonga)과 고래 투어
통가 왕국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10만 명 정도의 섬나라로 영국의 보호령을 겪기는 했지만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폴리네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당하지 않은 입헌군주제 국가이다. 영토는 남태평양 바다의 70만 평방 km에 흩어져 있는 176개의 섬으로 그중 52개의 섬이 유인도이고, 나머지는 무인도이다. 통가는 크게 북쪽의 바바우, 중앙의 하파이, 남쪽의 통가타푸 지역으로 구분되며, 통가타푸에 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가 있다. 통가의 주민들은 폴리네시안이 주를 이루고 언어는 통가어와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통가에서도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은 북부의 바바우 지역으로 혹등고래가 찾아오는 7월~10월 사이에는 전세계에서 고래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이 때문에 고래 관광 시즌에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배를 구하지 못해 고래 다이빙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가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서 식료품은 한국의 2배 정도이고, 외식을 할 때면 일인당 4~5만원은 기본이었다. 우리는 장기간 머물렀기 때문에 주택을 임대하여 생활했지만 일반 다이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래 다이빙 1주일 패키지의 경우 호주달러로 2,000~2,500불(234~300만원) 정도에서 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혹등고래의 아래로 내려가서 수면을 향해 촬영한 사진
다이버를 흉내 내며 장난을 치던 특별한 혹등고래
고래와의 다이빙바바우에서 고래와의 다이빙은 고래 투어 라이센스가 있는 업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해당업체들의 선박들만 고래와 300m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고래와 함께 유영을 하는 것도 가이드가 있어야 하며 한 번에 동시에 4명 이상 고래에 접근하면 안된다. 따라서 고래와 함께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가이드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고래 다이빙을 위해서는 고래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노련한 가이드가 있어야 고래를 잘 찾고, 고래를 발견하면 고래가 다이버들에게 익숙해지도록 잘 유도해준다. 따라서 노련한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핀 패시픽 다이빙의 가이드 알리는 그런 면에서 노련한 가이드였다.이번 투어 중에 만났던 고래는 먼저 다이버와 놀고 싶어서 접근해 왔었는데 거의 드물지만 아주 가끔 사람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 행운이었는데 고래가 다이버의 행동을 똑 같이 따라하면서 장난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두팔을 벌리면 같이 벌리고, 팔을 벌려서 돌면 같이 팔을 벌려서 돌고, 앞으로 수영을 하면 같이 앞으로 나가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고래를 더욱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접근하다 보니 고래와 부딪힐 뻔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고래의 꼬리에 부딪히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되긴했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있을까하여 가까이 붙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래의 가슴 지느러미와 부딪힐 뻔한 절대절명의 순간에 고래가 먼저 재빨리 몸을 틀어서 나를 피했다. 나약한 인간을 보호하려는 고래의 배려인 것이다. 정말 생각할수록 멋진 상황이었다. 그렇게 즐겁고, 가슴 벅찬 고래와의 만남으로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그후로는 그런 신나는 만남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수심 20m~30m에 머물며 암컷 고래를 유혹하는 수컷고래를 찾아다니며 웨일송(whale song)을 들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수면에 떠서 수중을 바라보며 듣는 고래 노래는 정말 아름다웠다. 고래는 수중에서 2~3분 정도 노래를 하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또 다시 깊이 내려가서 노래를 불렀고, 나는 그동안 연습했던 스킨 다이빙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수컷 고래를 따라 내려갔다. 가까이서 들었던 고래 소리는 정말 사랑을 유혹하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고래를 보고 돌아온 지금도 바바우에서 만났던 고래의 춤과 노래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내년에 또 다시 고래를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
통가 바바우로 가는 방법통가의 수도인 누쿠알로파(Nuku'alofa)로 가는 국제선은 피지 난디에서 주2회, 호주 시드니에서 주2회,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매일 있다. 우리는 인천에서 주3회 있는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피지 난디로 가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난디에서 누쿠알로파로 가는 에어패시픽을 타고 통가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국내선 경비행기(Chathams Pacific)를 타고 바바우로 갔다. 꼬박 이틀이 걸렸다.
Air Pacific(
www.airpacific.com) 난디에서 주 2회
Pacific Blue (
www.virginblue.com.au) 시드니에서 주 2회
Air New Zealand(
www.airnewzealand.com) 오클랜드에서 매일
Chathams Pacific(
www.chathamspacific.com) 통가 국내선
바바우에서 고래 다이빙을 안내하는 곳통가에서도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은 북쪽에 있는 바바우 제도 근처이다. 보통 보트로 30분 정도 외해로 나가야 하며, 노련한 가이드가 있어야 제대로 된 고래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돌핀 패시픽 다이빙을 이용했다.
Dolphin Pacific Diving (
www.dolphinpacificdiving.com)
Blue Pacific Whale Watching (
www.bluepacificwhalewatching.com.au)
Swimming with Gentle Giants (
www.swimmingwithgentlegiants.com)
Dive Vava'u (
www.divevavau.com)
씨
바바우의 항구
바바우공항
통가의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