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Colors
Layouts
Wide Boxed
탑 마레스 광고

자마미, 座間味, ザマミ, Zamami


자마미,
座間味,
 
ザマミ,
Zamami
하늘을 담은 바다
바다를 닮은 사람
사람을 담은 섬

日本国 沖縄県 島尻郡 座間味村字 座間味村
(Nipponkoku Okinawa-ken Shimajiri-gun Zamami-muraji zamamimura)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서 기억 속에 새겨진 자마미(座間味)의 물색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으나 찾지 못했다.
그저 제주도 금능 해수욕장과 비양도 사이의 물색보다는 조금 더 짙었고, 고려청자의 비색보다는 조금 더 옅었다는 정도로만 기억된다.
자마미에서 돌아와 기억 속의 그 색을 찾으려고 라이트룸을 붙잡고 하루를 보낼 때쯤 "그런 색은 내 기억 속 편린(片鱗)으로 존재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마주하고 나서야 색깔을 찾는 검색(檢色)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자마미의 바다색은 지금까지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바다색이었으며, 그 추억을 꺼낼 때마다 자마미의 물색은 점점 더 아름다운 색으로 변해갈 것이다.
자마미의 바다색은 그렇게 기억 속에 묻어 두기로 했다.
때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내면의 기억을 더 아름답게 채색해 줄 테니 말이다.


 Why? 
이번 여행은 한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로부터 시작했다.
"자마미에 가고 싶으니 같이 가자"였다.(사실은 쪼끔 더 강제적이고, 살짝 위압적이며, 약간 강압적이었고 미묘하게나마 위협을 느낄만한 어투로 읽혀졌다.... 안가면 알지? 뭐 그런??)
오키나와 여행 가이드를 해달란다. @.@(오키나와가 인천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ㅠㅠ, 처음엔 동해 가자는 줄 알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살짝 당황...)
함께 다이빙하고 싶다는 초대자의 침 잔뜩 바른 강력한 (거짓)유혹(?) 앞에 몇 마디 해 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후루룩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저 또한 오키나와 다이빙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었지요....
오키나와엔 츄라우미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일정이 짧아 츄라우미는 구경도 못 했고, 자마미에 빠져 오키나와에 와 있다는것 조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나로서는 일본에 가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었던 터라, 아무튼 출발을 이틀(ㅠㅠ) 남겨두고 나는 생전 처음 듣는 일본의 어느 섬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곳이 오키나와현 자마미촌 자마미섬(沖縄県島尻郡座間味村字座間味村) 이었다.
일본의 남서쪽 끝, 대만과 접해있는 오키나와(沖縄, Okinawa)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케라마 제도의 한 섬이자 올해(2014년 3월) 일본 정부로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섬이다.
자마미, 座間味, Zamami! 그곳으로 간다! 
 
자마미 섬은?
자마미 섬은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약 40Km가량 서쪽에 떨어진 섬으로 케라마(慶留間, ケラマ) 제도의 대표적 유인도 4개 중의 하나이다.
(1) 오키나와의 관문 나하국제공항
(2) 토마린항 여객터미널 : 나하 시내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미에바시(美栄橋)역 북쪽 출구로 나와 약 700m를 걸어가면 토마린항 여객터미널이 나온다.
(3) 아카섬 : 쾌속선으로 1시간가량을 달리면 자마미촌 아카섬이 나온다. 배는 이곳에 잠시 들러 10분을 더 달려 자마미 섬으로 향한다. (아카섬에는 공항도 있다.)
(4) 목적지 자마미 섬이다.
자마미(座間味, Zamami)
 자마미는 작은 섬이다.
기껏 해야 스쿠버다이버들이 흔히 다니는 강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항구 정도 크기에 20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겸한 촌립 자마미 중학교 하나, 생필품을 구입 할 수 있는 슈퍼마켓 하나, 그보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 이곳이 주유소인가 싶은 주유소 하나, 특산물 판매점 하나, 관광기념품을 파는 상점 하나...
이런 것들이 그저 작은 규모로 하나씩이면 부족하지 않은 그런 섬 마을이다.
그런 섬에 스쿠버다이빙 샵과 리조트는 줄잡아 20개는 훌쩍 넘는다.
우리보다 스쿠버다이빙 이력이 길고 보편화한 일본이지만 마을 건물의 대략 10%가량이 스쿠버다이빙이나 서핑을 주업으로 하는 업소라니 놀라웠다. (일반 민박집까지 합하면 마을 주민의 절대다수가 바다에 관한 관광과 관련된 업을 하고 있다.)
그만큼 바다가 좋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많은 다이버들의 출입으로 수중환경은 어쩌면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각자의 개성만큼 수중에서 느끼는 감흥과 관심사 역시 천차만별이겠지만, 투명한 옥색 물빛, 산호가 부서져 차곡히 쌓여 생긴 끝없이 펼쳐진 산호모래 해변, 좁고 긴 협곡 지대와 동굴들은 나를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짧게 돌아본 자마미 섬은 자체로는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성싶다.
항구에서는 비릿한 고기 비린내나, 그물을 말리는 풍경, 동트는 새벽 녂에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오키나와 사람 특유의 활달함과 적극성을 가지고 있었고, 외지인에 익숙하고 친절했다.

자마미촌 홈페이지 :
일본어 : http://www.vill.zamami.okinawa.jp/
한국어 : http://www.vill.zamami.okinawa.jp.k.gz.hp.transer.com/
한국어 홈페이지는 기계 번역이라 매끄럽지는 않지만, 한자가 많이 섞인 일본어 탓에 뜻은 통할 정도였다.
자마미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매우 유용한 사이트이다.

작은 섬 자마미가 속한 케라마 군도는 2014.3.에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How to Go?
오키나와까지……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까지 약 1,260km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가 약 450km가량이니 비행기가 고도를 잡는 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상으로는 제주도에 가는 시간에 2배가량이 소요된다
나하 국제공항에서 토마린항 퀸자마미 승선장까지

자마미까지……

자마미에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2~3편이 시기와 일기에 따라 운행하고 있다.
오전에 출발하는 일반 여객선 페리자마미와 쾌속선 퀸자마미가 나하시 토마린 항에서 출발한다.
역시 일본답게 교통비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대략 1시간 10분 운항 거리에 6천엔 가까운 비용이 든다.
페리자마미는 배가 커서 속도가 늦지만 파도가 있는 날은 편하다. 쾌속선 퀸자마미3호
페리지마미는 페리선으로 차량도 실을 수 있습니다 (운항비 별도) 시기와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시간이 달라지므로 자마미촌/토마린항 홈페이지를 통하여 사전 확인을 바랍니다.

작은 건물이지만 잘 정돈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건물이 눈에 띈다.

Cat's inn Kerama – No Dive, No Life
홈페이지 : http://www.catsinnkerama.com/
주소 : 沖縄県島尻郡座間味村字座間味村125
전화 : 098-987-2860
노부 강사가 다이빙 보트 Mother를 운전하고, 카나 강사가 후미와 B팀 다이빙을 진행한다.
스텝들이 오키나와 사람 특유의 활달함도 보이곤 한다. 스쿠버다이버라 그런지 몰라도 도쿄 사람들 하고는 냄새가 달랐다.
영어 소통은 그럭저럭 가능했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다른 도시에 비해 영어 소통은 편한 편이었다.
ノブさんと カナさん(노부상과 카나상)
노부 : 캣츠인케라마의 강사, 입 무겁고 무뚝뚝한 바다 남자로 마치 우리나라 경상도에서 온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물 속에서는 기다릴 줄 아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남자였다.

카나 : 작은 체구에 다이빙과 캣츠인케라마의 숙소일을 모두 해치우는 열혈 아가씨(?), 노부 강사의 리딩에 조용히 후미를 담당하며 세심하게 관찰하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장(南星荘, NanSeISo) 南星荘民宿 
캣츠인케라마에 다이빙 예약은 완료했지만, 이미 방은 모두 예약이 찬 상태라고 한다.
불과 이틀을 남겨두고 주말에 잠을 잘 숙소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함께 가는 동료들이야 "안되면 텐트!, 다이빙만 시켜주면 노숙도 상관없다."는 분위기였지만 어디 그런가...

역시나 몇 군데 연락 하다 보니 시간은 늦어지고 몸은 지치기 시작한다.
캣츠인케라마에서 추천과 동료의 폭풍 검색 결과로는 남성장(난세이소)가 괜찮다고 한다.
오키나와 컨벤션 뷰로의 직원에게 부탁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지인의 도움으로 숙소까지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숙소까지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여유를 가지고 검색을 하다 보니 이 민박집 대박이었다.
일본 영화 "마릴린이 보고 싶다"의 촬영 장소가 바로 이 민박집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작은 목조주택이 촬영장소라고 한다.(지은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난세이소는 자마미 중학교 후문 쪽 담장을 경계로 끼고 있는 작은 민박집이었다.
남해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 있을 법한 그런 분위기의 작은 민박집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남성장(南星荘, NanSeiSo)

홈페이지 :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전화 : 098-896-4333
비용 : 방 하나의 개념으로 대실을 하는 게 아니라 1인당 얼마씩의 게스트하우스 식으로 운영 중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인 이소라씨가 스텝으로 일해서 그런지 한국인에게는 꽤 알려진 민박집이다.

통하라(의사소통은?)
 군대 통신대의 구호가 "통하라"였던거 같다.
말이 필요없는(?) 물속 활동에서야 한정된 몇 가지 손짓으로도 대충은 통한다지만, 물 밖에서의 생활이 어디 그렇던가?
절박하면 방법을 찾게 되어 있다.
"말만 잘하면 절에 가서 고기를 얻어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럴 때 문명의 이기는 그 효용가치를 충분히 발휘 해주었다.
"구글 번역", "라인 메신저"가 그것이었다.
확실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때에는 약간은 일본식 어투와 표준어를 짧은 문장으로 함축해서 입력하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매우 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말을 미리 번역한 화면을 캡처해 놓았다가 사용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객지에서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이 자동번역이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도 만들어 주고, 때로는 극렬하게 서로를 욕하게도 만들어 준다.
문명의 이기는 활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효용가치가 달라진다.

구글 번역 팁
한국어-영어로 번역을 하는 것 보다, 한국어-일본어-영어로 번역하는 게 번역율이 훨씬 높다.
 
ScubaDiving in Zamami
 케라마제도는
오키나와 서쪽 약 40km 정도 떨어진 섬들의 집합체이고, 자마미는 그중에도 다이빙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케라마제도 전체는 일본의 국립공원으로, 람사르 협약에 산호초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정도면 크지도 않은 작은 섬 자마미에 그만큼 많은 다이빙 샵들이 몰려있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듯하다.

수온 이야기
우리나라 양양의 위도가 38도선이고, 자마미는 대략 26도 선에 걸쳐 있다.
참고로 마닐라의 위도는 14도 정도이다.
위도 1도간 거리는 지구가 타원형이기 때문에 위도별 1도간의 거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위도 1도 사이의 거리는 대략 110km가량의 거리이다.

수온이나 계절은 우리보다 1~2달가량의 간격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이번 다이빙에서 수온은 최저 25도에서 최고 27도로 어느 정도 균일한 수온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은 정보로는 5mm 웻수트를 권장하고 있고, 우리가 갔던 11월 초에는 바깥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3mm 웻수트 보다는 5mm 웻수트 하나면 적당하다고 본다.
우기를 만나거나 바람이 좀 있는 날은 체온유지를 위해 방풍 재킷도 챙겨가는 게 좋다.
수온과 날씨에 관해 주의할 점은 "오키나와는 해외지만 필리핀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수중 시야 이야기
"시력이 시야"라는 말이 생각 날 정도였다.
다이빙하는 내내 물에 떠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바닥에 비칠 정도였고, 어디를 둘러봐도 짙은 물색 너머로 둥글게 펼쳐진 푸른 장막이 신비스러울 정도의 시야를 보여줬다.
후일담이겠지만, 우리가 다이빙을 끝내고 귀국한 후 캣츠인케라마 스텝인 카나씨가 업데이트한 홈페이지에는 유난히도 맑은 물이었다고 적었다.
아마도 우리가 다이빙하던 기간은 좀 더 맑은 물이 흘러들어왔던 듯하다.

다이빙 시스템
자마미의 다이빙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기 장비는 자기가 꾸리고, 스텝들이 가이드 해준다.
다이빙 전 브리핑은 언어의 장벽에 막혀 상세하지는 않았으나, 대략적인 깊이, 다이빙 시간, 지형, 주의할 점 등을 설명하려 애써주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이빙 시간에 대한 문제는 될 수 있으면 지키려 애쓰는 모습들이었고, 다이빙 시간은 대략 40~50분 정도였다.
다이빙 타입은 보트 다이빙이었고, 입수는 보트 여건상 백롤 입수
자마미에는 캣츠인케라마 말고 쌍동선이나 대형 보트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빙 샵도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보트의 여건은 샵 마다 조금씩 달랐다.
다만, 8명 이하의 소규모 인원이라면 캣츠인캐라마 처럼 작은 보트로 소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다이빙샵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다이빙을 마치면 항구로 돌아와 수면 휴식을 취하는데, 이때가 조금 애매하다.
마을로 들어가자니 마땅히 쉴 만한 곳이 없고(캣츠인케라마에는 젖은 상태에서 휴식 할 수 있는 웻존이 없었다), 샵까지의 거리는 조금 먼듯하고, 항구에서 쪼그리고 앉아 쉬기에는 그리 편하지 않고,,,
현실은 출수 후 항구까지 오는 시간과 탱크 교체 시간 등을 고려하면 항구에서 내려서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샵에서 다이빙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항구 근처에 의자와 파라솔이라도 펼쳐줬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마미 구글 위성사진 

Dive1-2014.11.01 1130-NISHIHAMA
 
수심 : 최고 10.8m
수온 : 25도~26도
시간 : 40분
체크 다이빙 포인트였다.
남국의 다이빙이 어떤 것인지를 한마디로 말 해 주는 다이빙이었다.
그간 체크다이빙을 볼 것 없다며 우습게(?) 생각해 왔던 내가 좀 머쓱해지는 감동이었다.
수많은 물고기떼, 화려한 산호초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니시하마 포인트의 물색과 하얀 모랫바닥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다이빙이었다.

니시하마 포인트에서의 체크 다이빙, 여기 물 그냥 주워담으면 "포카리스웨트"가 될 것만 같다
Dive2- 2014.11.01 1428-NITA 
수심 : 최고 11.7m
수온 : 25도~27도
시간 : 52분
자마미에 대한 다이빙 정보도 없이 찾아간 나에게 의외의 깜짝 선물을 안겨준 포인트였다. 
사람 둘이 지나가기엔 좁고, 혼자 지나가기엔 조금 넉넉하다 싶은 좁은 협곡과 동굴 사이를 마음껏 누볐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이 만들어낸 빛의 향연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두컴컴한 입구를 지나자 선두에 선 노부 강사님이 앞쪽 가느다란 빛이 내려오는 천장을 가리킨다.
놀라움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으로 빛줄기가 내려온다.
조용히 핀 킥을 하며 다가간 동굴 속 작은 홀(Hall) 천장을 통해 빛줄기가 보였다.
깊은 수심을 타고 내려온 빛은 시리도록 파란빛만 남았지만, 그 강렬함은 바티칸 산피에트로 대성당 큐폴라에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처럼, 길게 늘어선 대회랑 측면으로 쏟아지는 빛의 분수대처럼, 발티카노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렇게 눈부신 강렬함이 내 눈을 자극해왔다.
아마도 내가 가톨릭 신자였다면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었을 것이 분명하다.

자마미의 다이빙은 니시하마와 니타 이 두 곳의 다이빙만으로 어떤 난관이 닥쳐도 "성공"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다이빙이었다.

내 눈에 이곳은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교황의 제단"을 닮았다.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중앙 큐로라에서 쏟아지는 빛은 이런 분위기 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긴 회랑 측면 열주를 통해 내려오는 빛줄기처럼 찬란했던 니타의 빛줄기는 인상적이다.
니타노케이브의 작은 창으로 바라본 하늘엔 흰 구름마저 보였다.
이 협곡 지형은 그대로 한국으로 싸서 들어오고 싶을 만큼 부러웠다.
 
Dive3-2014.11.01 1605-UCHAKASHI
수심 : 최고 18.6m
수온 : 26도~27도
시간 : 47분

어떤 예술적 감흥도 바탕에 깔린 전개과정이 없이는 그 감동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3번째 다이빙은 그런 반감기를 거치지 않고 다시 계속된 상승만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쿵짝짝~ 쿵 짝짝하는 박자가 아니라, 쿵! 쿵!쿵~ 강력한 박자의 연속이었다.
우차카시의 지형은 반듯하게 각진 요나구니의 모습을 닮았고, 맑은 시야로 인해 깊이감도 그리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Dive4-2014.11.02 0947-YAKABI
 
수심 : 최고 15.7m
수온 : 26도~27도
시간 : 58분

자마미에서의 2일 차이자 짧은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의 흥분은 아직도 심장에 남아 두근거림이 계속된다.
야카비 포인트에서의 다이빙은 흡사 니시하마 포인트와 니타 포인트를 섞어 놓은 분위기였다.
약간은 짧은듯 아쉬움을 남긴 케이브와 깊은 바닥의 산호모래는 압권이었다.
일본 은각사의 수도승이 빚은 가레산스이식 모래 정원이나 료안지의 암석정원을 자마미 바다에 옮겨 놓은 듯 새하얀 산호모래가 파도가 빚은 물결을 따라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물을 통과한 태양은 마치 어스름 푸른 색을 머금은 달빛이 되고, 그 달빛 아래 수도승이 비질을 막 끝내놓은 것 처럼 정갈하고 깔끔함 그 자체였다.
맙소사...
일본식 정원 익스테리어의 진수를 이곳에서 느낄 수 있을 줄이야...
그저 고맙고 이 감동을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기억 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그래서 더욱 아쉬운 일정이었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연신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댔다.

출수하고 나니 바람이 심상치 않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동료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렇구나... 여긴 태풍의 길목 오키나와였구나...

수심 15m 바닥에 놓인 작은 돌 조각 하나, 부러진 산호 조각 하나하나까지도 푸른 빛을 통과해 내 눈으로 들어온다.
이곳은 그저 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보인다!
암석 사이 파도가 빚은 하얀 산호모래 굴곡은 15세기 일본의 모래정원이나 암석정원을 옮겨 놓은 듯 고스란히 닮았다. 

Dive5-2014.11.02 1145-GINA
 
왠지 아쉬움이 절절하다.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가슴을 적시며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마도 태풍 소식이 없었더라면, 바다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난 틀림없이 Stay! 를 외쳤을 것만 같다.
마지막 다이빙은 불안한 파도의 흔들림으로 뱃멀미로 항복을 선언한 동료들이 빠져나가고 버디와 둘만의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덩치 큰 커다란 카메라도 버리고, 작은 똑딱이 하나를 챙겨 손목에 걸었다.
어떤 것이 나와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냥 그건 내 운명이겠거니 하는 약간의 낙관하는 측면도 있었고, 사진에 매달리느라 이 바다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가는 아쉬움을 달래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짧은 이틀간의 일정에 함축적인 경험을 통해 이 바다를 내 몸에 넣고 싶어서였다.
욕심 같아서는 거추장스러운 웻수트를 벗어 던지고, 피부로 느끼는 바다의 간지러움을 느껴 보고 싶었으나,,,, 자제해야 할 욕심일 뿐이고,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최소한의 이기(利器)를 통과한 자연 그대로의 자마미 바다를 느껴보고 싶었다.
다음엔 수온 좋은 날 자마미 바다를 그렇게 느껴 보고 싶다.

 풍덩~ 하고 입수하는 이 순간이 제일 설렌다. 이 포인트는 나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 줄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마치 랜덤한 영화를 보여주는 극장 좌석에 앉아있는 심정이랄까?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는 동안에도 자마미에 있는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마미, 그 곳이 그리워진다.
 
Zamami vs ?
 
자마미의 바다를 설명할 때 어디에 비교해야 할까?
사이판? 그로또(Grotto)? 비슷은 하지만 다르다.
사람이 다르고, 바다가 다르고……
바다의 역사에 비해 한 점도 안될 짧은 다이빙 경험으로는 자마미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바다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자마미는 그냥 자마미일 뿐이다.
그냥 그대로.....

함께 했던 동료가 모아 온 산호 조각으로 자마미의 추억을 새겼다.
I ♡ Zamami 

Night Life in Zamami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한적한 남해의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 민박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보장받고 쉬러 온 느낌"이랄까?
작은 섬에 차량도 몇 대 없고, 해가 지면 적막이 찾아오는 그런 섬이다.
그러나 함께 일정을 공유하는 동료가 있다.
마을에서 유일한 105마트에서 맥주 하나 사고, 안줏거리 주섬주섬 챙겨 민박집 난세이소로 향한다.
작은 방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들면 된다.
그래서인지 자마미의 아침은 빠르고, 오전이 길다.
저녁이 길어 밤이 짧았던 한국의 도시 생활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런 자마미의 저녁 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세포 속가지 찌들었던 피로가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기분이고, 한껏 들이마신 공기가 폐부 깊숙히 거부감 없이 들이켜지는 아침이 상쾌하다.

자마미의 밤은 황홀한 노을과 생각보다 길었다.
도시인에겐 낮 선 이 긴 밤도 아깝지 않게 휴식같은 여유로 다가온다.

Matsuri in Zamami
 자마미에 도착한 첫날 저녁을 먹고 계산을 하는데 식당 주인 할머니가 A4용지를 꺼내 뭐라 열심히 설명하신다.
한자를 띄엄띄엄 읽어 보니 11월 1일은 자마미 다이빙 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마을 축제가 있는 날고, 항구에서 축제가 있단다.
그러고 보니 마을 곳곳에 걸려있던 파란 현수막에 쓰여있던 글씨가 떠오른다.

11月といえば、「ファン感謝月間」 즉 11월 한 달간 자마미를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섬 주민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한다는 뜻이다.
- 마을 곳곳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 항구에서 락커를 열면 선물이 들어있고,
- 사진 경연대회도 하고
- 매주 토요일에는 항구에서 자마미 섬 주민 예능 쇼도 한다

이를 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

첫날 다이빙을 끝내고 부랴부랴 씻고 항구로 나가본다.
이미 오후 3시부터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축제(祭り)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항구에는 간이 무대가 설치되고, 마을 촌장님이 나와 연설을 하고, 식당 아주머니, 슈퍼마켓 안주인, 아침에 고기를 내리던 청년이 나와 춤을 추고, 노래하고, 북을 치고, 기타와 드럼을 연주한다.
실력이 수준급은 아니어도 분위기를 띄우고 그들의 마음을 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자마미 섬에서는 매년 11월을 자마미섬 팬 감사월간으로 정하고 마을 축제를 한다고 한다.
토요일 저녁엔 즐거운 공연히 펼쳐지니 이 시기에 여행일정을 맞추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듯하다.
태풍이 지나간 긴 여름을 지나 짧은 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비수기인 겨울을 준비하는 마침표이거나 쉼표 같은 행사가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흥겹다. 즐겁다. 재미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밤늦도록 이어졌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출연하는 사람들이 마을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었다는 것이다.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와 취지가 더없이 좋았다.


Goodby Zamami
 
짚불처럼 화르르 타올랐던 자마미의 일정이 지나고 오키나와로 돌아가는 길은 적막했다.
다들 빡빡한 일정에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이틀간의 감흥과 밤늦도록 들썩이던 흥분으로 잠 못 이룬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마미를 떠나던 날 오후
우리를 편안하게 받아 주던 바다는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파도가 여객선 창문을 때린다.
뚜렷하진 않지만 자마미와 멀어지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나는 여행객은 홀로 잠들지 못하고 카메라를 뒤적이며 다시 자마미 물속으로 상상 여행을 떠난다.


나하 토마린 항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아카섬을 들러 자마미로 온 배는 우리를 싣고 다시 나하로 향한다.

사실 이곳 오키나와에 오기 전에 많은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왔다.
촉박한 준비기간에 비해 자마미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걸 안겨 준 선물이었고, 이 자마미를 선택한 함께 간 동료에게 "자마미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고 말 해줬다.
자마미를 목적지로 선택한 동료에게 해 줄 수 있는 내 짧은 혀로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나하시 국제거리(那覇市国際通り)
도시의 밤은 길다.
다시 흥청거리는 도시의 밤거리를 동료들과 걸으며 이국의 정취에 취해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늦도록 쏘다녔다.
내일이면 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우리를 더욱 다그치며 잠들지 못하게하는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키나와에 오는 날 아침 7:4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2시 30분까지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다이빙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그리고 쉼 없이 이어 온 강행군 속에서도 자마미에서의 일정은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나 보다.
4일째 밤 도시의 밝은 불빛을 접하고 나니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이 몰려왔다.
지친 도시인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가보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낼 수가 있는 건 집(Sweet Home)이 있기 때문일 거다.
내일이면 가야 한다는 아쉬움과 돌아갈 집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밤은 그리 길지않았다. 

Gourmandism in Zamami
배고픈 다이버들에게 지치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 음식들
일본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뭉쳐, 아무 사고없이 다이빙 마치고, 건강히 돌아왔다.
아직도 그게 신기하다.
그렇다고 고생을 했나?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즐겁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힘든 일정이고, 계속 움직여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지치지 않고 다이빙 하고,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움직이던 에너지 원은 맛있는 음식에서 나왔다.
한 순간도 어두운 적이 없었던 밝은 마음의 에너지는 팀과 서로를 위해 배려했던 마음 깊은 동료들로부터 나왔을 것이고.....
 
& See you again Zamami!
자마미항 여객 터미널에서 본 이 게시판으로 인해 자마미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찾았다.
다시 보자 자마미! 
자마미로의 다이빙 여행은 당분간 몇 번은 계속될 것만 같다.
곧 다시 자마미에 다녀온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마미는 그렇게 새로움, 흥분, 기대감, 만족감, 휴식, 재활, 가능성을 내게 보여줬다.
그런 여정에 나를 초대해 주고, 함께 해 준 동료와
밀린 업무를 뒤로하고 아낌없이 팔을 걷어준 정미미양,
공항에서 만나 토마린항까지 동행하고, 오키나와의 일출 비경(?)을 보여주려 렌터카까지 동원해준 럭키 강사님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똑같은 일정을 무한 반복한다 해도 함께했던 동료들과 함께라면 기꺼이 그 쳇바퀴의 틈 사이에 끼어들것이다.
 
Wet's go Zamami
 
자마미 여행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자마미촌 홈페이지 : http://www.vill.zamami.okinawa.jp.k.gz.hp.transer.com/
座間味村公式webサイト
世界が恋する海 座間味村へようこそ 沖縄県座間味村公式Webサイト
www.vill.zamami.okinawa.jp
본문으로 이동

마녀키키님의 자마미 여행 후기 :
여행준비 : http://blog.naver.com/haesunmam/220173202449
출국/자마미섬으로 : http://blog.naver.com/haesunmam/220173400291
자마미섬 다이빙 : http://blog.naver.com/haesunmam/220174440987
오키나와 여행 : http://blog.naver.com/haesunmam/220175982855
귀국 : http://blog.naver.com/haesunmam/220177369449



* 비극의 땅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조선왕조보다 조금 늦게 탄생해서 조금 먼저 일본에 복속된 류큐 왕조의 나라였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상흔을 온몸으로 받아낸 땅이기도 하다.
타국끼리 치르는 광분의 전쟁 틈바구니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오키나와 주민들과 일본군에 끌려가 해군기지 엄폐호를 파는 강제노역에 시달린 징용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이었다.
전쟁 말기 일본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자결을 강요하고나, 집단학살로 이어졌고, 한국인 징용자와 위안부 할머니 540여명은 비밀유지라는 핑계로 자마미섬의 후루자마미 해변가 동굴에서 학살 당했다.
당시 일본군이 오키나와와 케라마 제도에 동원한 한국인은 3,000여명이었다.
오키나와에 가기 전날 "빨간 기와집 일본군 위안부가 된 한국 여성 이야기(저자 가와다 후미코)"이라는 책을 읽었고, 자마미에 있는 동안 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다음 방문 때는 자마미 해변가의 동굴을 찾아 꽃 한 송이 놓아 드려야겠다.


  • 이전글 난파선의 천국, 축 -Chuuk, ​the Heaven of Wreck
  • 다음글 “서울 북부 시립미술관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