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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해마의 사랑

임주백 박사의 물고기의 사랑
해마의 사랑
가시해마 사진/ 이수연

열여덟 번째 사랑구경의 대상은 해마입니다. 해마류는 수컷이 출산의 고통을 느끼는 특이한 어종입니다. 비록 탯줄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작은 새끼 해마를 수컷의 배 밖으로 내보낼 때의 모습은 포유류의 출산장면과 비슷합니다. 또한 한번 부부가 되면 죽을 때까지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말 그대로 백년해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부부의 한 쪽이 다치면 극진히 간호하는 행동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때, 부부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원앙새의 조각과 자수로 장식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유전자 분석 보고에 의하면, 원앙새 부부의 자식 중 30%는 남편 원앙의 자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결혼식에서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상징물을 해마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조류를 붙잡고 있는 가시해마 사진/최재훈

해마류는 세계적으로 35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것은 가시해마, 해마, 산호해마, 복해마 등 6종입니다. 주로 남해안에 분포하고 있으나, 동해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해마류는 해초가 많거나 산호초가 잘 발달한 곳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해조나 산호에 꼬리를 감고 몸을 세워 살짝 살짝 움직이며, 주변의 작은 생물을 빨대처럼 생긴 입으로 빨아들여 잡아먹습니다. 자체의 유영력이 아주 약해 일반적으로 수 m 이상은 여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해마류 중 작은 것은 몸길이가 2㎝ 밖에 안되지만 큰 것은 20 ㎝를 넘습니다. 보호용 뼈 갑옷으로 몸이 싸여져 있어 먹을 수 있는 부위가 거의 없습니다. 갑옷이 단단하여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일도 적지요. 그러나 중국 등 동남아에서는 강장제로 알려져 비싸게 팔리고 있어,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모자반 위에 해면과 비슷한 체색을 띄고 있는 해마

해마류는 수컷이 출산을 하는 특징 외에도 머리가 몸통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유일한 물고기입니다. 해마는 머리를 위, 아래로 구부릴 수는 있으나 옆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등지느러미를 움직여 몸을 회전하여 좌우를 보지요. 수컷이 배에 육아낭을 갖고 있어서 성숙한 것은 암컷과 수컷의 구별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암컷 해마는 몸 전체가 뼈 갑옷으로 완전히 감싸여 있으나, 수컷은 배 아래 쪽의 육아낭은 감싸여 있지 않습니다. 성숙하지 않은 해마는 암, 수의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몸통의 길이가 같아도 수컷이 암컷보다 꼬리가 길고 머리는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몸의 색깔은 명확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으나, 대체로 암컷은 흰색이나 오렌지색 등의 밝은 색을 띠고 수컷은 검은색, 갈색, 회색, 암녹색 등의 어두운 색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Hippocampus capensis 란 해마는 검은 색은 모두 수컷이고, 흰색이나 오렌지색은 모두 암컷이라고 합니다.

해면을 붙잡고 있는 복해마 사진/ 권천중

해마류는 유영력이 약해 많이 이동하지 않으나 암, 수 모두 자신의 세력권을 갖고 있습니다. 암컷의 세력권이 수컷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나 넓습니다. 해마는 부부가 한 마리의 암컷과 수컷으로 이루어지며, 부부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일부일처의 결혼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부부는 새벽에 만났다가 헤어져 종일 떨어져서 생활합니다. 이 새벽의 만남을 'greeting'이라 하는데, greeting은 평균 6분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먼저 수컷이 greeting 하는 장소로 이동하여 암컷을 기다는데, 부부가 만나면 50 ㎝ 정도 떨어져 있다가 암컷이 빠르게 수컷 쪽으로 이동합니다. greeting을 하는 동안 부부의 몸 색깔이 어두운 갈색이나 회색에서 밝은 노랑이나 흰색으로 바뀝니다. 만남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고기는 색소포란 것을 갖고 있는데, 색소포의 크기를 변화시켜 다양한 색과 무늬를 만듭니다. 그런 조절은 호르몬이나, 주위의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특히 짝산란을 하는 물고기의 구애행동에서 화려한 색의 향연을 볼 수 있지요. 물고기는 말 대신 몸 색깔과 무늬로 사랑을 표현하는 셈이지요.

가시해마 사진/이수연

암, 수가 서로 만나면,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정렬하고 평행하게 움직입니다. 이 때 꼬리는 해초의 줄기를 잡고 같은 방향으로 도는데 수컷이 바깥 쪽에서 돕니다. 그 후 해초의 줄기를 놓고 천천히 바닥으로 나란히 헤엄치는 데, 이 때는 수컷이 암컷의 꼬리를 감고 있습니다. 이 원을 그리는 것과 나란히 헤엄치는 것을 한쪽 해마의 색깔이 어두운 색으로 바뀔 때까지 서로 교대로 계속 합니다. 암컷이 greeting을 끝내고 떠나는데, 가끔은 수컷이 따라가 다시 greeting을 간단히 재개하기도 합니다. 해마는 수컷이 더 열정적인가 봅니다. 이런 greeting의 과정 중에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옮기는 산란이 이루어집니다. 산란이 끝난 해마를 보면, 암컷은 배가 홀쭉해 지고 수컷은 배가 둥그렇게 부풀어 오릅니다. 부화까지의 기간은 수온에 따라 다른 데, 20℃ 일 때 21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수컷은 밤에 새끼를 육아낭 밖으로 내보내는데,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이지요.

모자반 숲의 어린 해마와 다이버

보기 드물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해마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수한 사랑 때문에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짝과 함께 새끼를 많이 낳아야 생존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순수한 일부일처제는 멸종의 지름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해마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이 사랑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는 한 장소에서 계속 greeting을 하고, 수컷의 세력권은 좁으므로 한 번 발견한 곳에서 계속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추운 계절에 해마처럼 뜨거운 사랑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임주백
해양생물학 박사
어류행동 생태학 전공
(주) 제주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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