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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들의 로망, 독도를 가다


다이버들의 로망,

독도를 가다

올 해 들어 유독 주변에서 독도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수중 촬영과 취재, 환경보호 활동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독도를 찾는 스쿠버 다이버들의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쉽게 갈 수 없는 독도에 가는 사람들이 특별해 보였고 그들의 활동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러던 중 해양경찰 60주년 기념행사로 독도에서 대규모 다이빙이 진행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과연 행사가 성사될 것인지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한 달 가량, 지난 10월 28일, 드디어 독도를 향할 수 있었다.


해양경찰 60주년, 2013 ICC in DokDo Korea
이번 행사는 해양경찰 창립 60주년을 맞아 10월 25일인 독도의 날을 기념하여 독도에서 연안 정화 활동(ICC: 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도 해양환경보전의 주체로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리고 우리땅 독도를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한 행사였다. 또한 독도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선물 증정과 공연이 계획되어 있었다. 10월 28일에서 30일까지 2박 3일간 84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참가인원은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대, 연예인 112 구조대, 언론인 등으로 구성되었다.

ICC(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이란?
ICC는 1986년 미국의 민간단체 Ocean Conservancy의 주최로 시작된 국제연안정화 활동이다. 지난해에는 100개국 59만 8,000여 명이 ICC 행사에 참가하였다.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행사이다.

[10월 28일] 독도 가는 길, 태평양 7호
28일 오후, 태평양 7호가 정박해 있는 묵호항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묵호항에 도착하니 우리를 독도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해양경찰 3007함인 태평양 7호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동해해양경찰 소속의 태평양 7호는 독도 경비를 맡고 있는 3000톤 급 구난함이다. 2006년 5월에 진수하였고 총 길이 110m, 폭 15.4m, 최대속도 시속 22노트, 항속거리 1만 5,000km로 연료보급 없이 우리나라에서 하와이까지 왕복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모두 승선하여 방 배정을 받고 짐을 푼 후인 오후 4시, 태평양 7호가 독도를 향해 출항했다. 조타실에서 각종 계기판의 복잡한 모습을 보니 중학생 시절이었을까,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 장면인 듯 멋지고 신기한 조타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며 독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태평양 7호는 7박 8일의 일정으로 독도 경비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경제 속도로 운항하여 출항 약 12시간 후 독도에 도착한다. 독도를 향하는 배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마치 동해에서의 리버보드를 탄 듯 설렘은 더욱 커졌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선상 공연과 장기자랑이 시작되기 전 함 내의 여러 곳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이런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배는 총 6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조가 꽤 복잡했다. 배의 후미 쪽으로 가니 기관실이 나왔다. 근무 중에 방해가 되는 불청객(?)임에도 모두 친절히 맞아주며 태평양 7호의 여러 기계적인 측면과 운행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기관실 안쪽에서는 무려 8800마력의 엔진 2개가 굉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윽고 위문공연과 장기자랑이 펼쳐졌다. 선상에서 춤과 노래,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은 눈과 귀를 즐겁게 했고 해양경찰들의 장기자랑은 모두의 흥을 돋구었다. 공연이 끝난 후 이번에는 배의 앞쪽으로 둘러보다가 조타실에서 들어가게 됐다. 불을 켜지 않은 어두운 조타실 내에는 대여섯 명의 당직관이 각종 계기판과 전방을 응시하며 독도를 향해 기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 앉은 밤바다와 조타실에는 아득히 먼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과 계기판의 불빛만이 반짝였다.

[10월 29일] 독도
전날 밤 조타실에서 함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늦게 잔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보니.. 아, 독도다. 독도.
일출은 이미 물 건너 갔지만 독도가 눈 앞에 있었다. 감동을 느낄 새도 없이 셔터를 누르다 순간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기엔 특별히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바위섬 두 개. 보잘것없는 이 작은 섬이 왜 이런 벅찬 감동을 주는 걸까?



이제 독도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한 기다림과 인내의 짐 옮기기 시간의 시작되었다. 무려 84명의 인원. 그 중에 다이버는 30여 명. 당연히 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우리가 거쳐야 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1. 3007호에 탑승했던 모든 인원이 모든 짐을 가지고 독도에 들어 간다
2. 독도에서 위문품을 전달하고 정화활동을 한다
3. 5001호에 탑승하여 울릉도로 이동한다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3007호와 5001호는 독도에 접안을 할 수 없어 두 개의 단정을 이용해 사람과 짐을 조금씩 이동해야 했다. 많은 인원과 많은 짐에 3007호에서 독도로 이동하는 데만 2시간이 넘게 소요됐고 예정보다 지체된 시간에 당초 2회로 예정됐던 독도 다이빙은 1회로 줄어들었다.


독도 the Diving, 아찔했던 순간
드디어 독도에 발을 디뎠다. 이제 서둘러 다이빙을 준비해야 했다. 장비를 세팅하고 드라이슈트를 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다소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슈트에 머리를 집어넣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텐션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머리가 너무 쉽게 들어갔다. 당황해서 목씰을 손으로 더듬는데, 너풀거리는 게 손에 잡혔다. 목씰이 한 뼘 가량 찢어진 것이었다!!
망.연.자.실.

'1년 반 동안 드라이슈트를 사용하면서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하필 독도에서 다이빙을 하는 내 다이빙에서 가장 역사적인 순간에 이런 사고가 났을까?'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고 여러 방법을 찾아봤지만 해결책이 없어 다이빙을 하러 가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장비를 해체했다. 쿨하게 다이빙을 포기하려 했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러던 중 제일 먼저 들어간 팀이 다이빙을 끝내고 돌아왔다. 다이빙은 한번만 할 것이고, 마지막 팀은 이제 막 입수를 했다. 상황판단 완료, 제일 먼저 들어온 다이버의 세미드라이 슈트를 빌려 입었다. 남자 슈트니 당연히 크고 반바지와 티셔츠 위에 슈트를 입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여기는 독도니까. 어떻게 해서든 다이빙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바다는 포근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투명한 바다. 무성한 감태밭과 그 위를 노니는 치어 떼와 무리 지어 다니는 각종 물고기들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탓에 다이버가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비록 한 탱크의 짧은 다이빙이었지만 독도의 바다는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온 수고로움과 드라이슈트 목씰이 찢어진 상황도 모두 잊게 할만큼의 아름다웠다. 독도 바다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으며, 또 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온 다이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며 독도에서의 다이빙을 즐겼다.

다시 묵호항으로
독도에서의 다이빙을 마친 후 5001함정을 타고 울릉도로 이동하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다음날인 30일 울릉도에서 1회 다이빙을 하고 썬플라워2호를 타고 묵호항으로 돌아왔다. 독도를 향했던 2박 3일의 일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2박 3일 동안 독도에서 1번, 울릉도에서 1번 다이빙을 했을 뿐이다. 그 먼 길을 가서 다이빙을 두 번 하고 돌아온 것이다. 해외의 어떤 아름다운 포인트를 가야 이런 일정에도 아쉬움이 아니라 뿌듯함이 남을까? 독도이기에 가능한 감정이리라.



우리 땅임에도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다이빙을 하기는 더욱 어려운 독도. 이렇게 평온한 바다를 건너 독도에 가는 것은 열에 한번도 없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독도에서 다이빙을 하고 오는 건 하늘이 도와야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런 우리의 바다, 아름다운 그 바다에서 더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즐기며 독도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바다에서 생활하는 삶도 마다치 않는 해양경찰의 노고에 감사하며 특히 독도로 향하는 길을 든든히 지켜준 태평양 7호의 관계자 분들께 미처 못 다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