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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T OB모임의 첫 해외원정



SNUT.
OB모임의 첫 해외원정

국내 스쿠버다이빙의 역사는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80년대 말 국내 경제가 호황을 맞이하기 전까지 스쿠버다이빙은 그다지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었다
.

정지윤,진나주의 100회 다이빙을 기념하는 티셔츠를 들고~~

한 국가의 경제 호황기에 레저 스포츠가 발전했다는 점은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닐 것이나, 국내에 스쿠버다이빙이 자리 잡기 전까지 약 20년간 비록 소극적이나마 누군가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왔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스쿠버 다이빙이 ‘레저’로서 존재하기 어렵던 때에, 척박한 환경 속에서 꾸준히 국내 스쿠버 다이빙 계를 지켜온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아주 모험심이 넘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대개 대학 동아리에 소속 되어 활동한 다이버들이었다. 즉, 다이빙 역사에 있어서 대학 동아리는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첫날 체크다이비을 위해 강재철 대표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수중탐사 대원들

그 중 하나로 서울대학교 스킨스쿠버 동아리 “서울대 수중탐사대”(SNUT)가 있다. 수중탐사대는 1979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후로 약 30년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이다. 현재는 총 회원이 200여명에 이르며, 여전히 해마다 예닐곱 명의 신입생을 받으며 건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뜻있는 졸업생들이 모여 수중탐사대 OB 모임을 따로 만들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젊은 시절 바다에 대한 열정, 그리고 패기 넘쳤던 그 시절의 정신을 되살려보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커비스락에서 유영하는 대원들

이들 OB 다이버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모임을 지속하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국내 다이빙 원정도 다녀왔다. 특히, 올해 5월 10일 ~ 14일에는 야심차게 제 1회 해외 원정을 기획하여, 체재비 전액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아래 아홉 명의 OB 다이버들을 필리핀 아닐라오에 모았다. 이미 다이빙이 1000회를 훌쩍 넘긴 사람도, 다이빙이 몇 년 만인지 모르는 사람도, 또 나이가 50을 넘은 사람도, 아직 20대인 사람도 수중탐사대원으로 아닐라오 DIVE7000 리조트에 모였다. 나는 그 중 막내로서 모임에 참가하였다.

코알라 포인트에서 만난 서전피쉬들
바다 거북과의 신선한 만남

첫다이빙  입수전에
트윈락의 잭피쉬떼와 함께

나이 지긋하신 OB선배님들의 참여가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젊은 OB대원들의 참가율도 높았다. 참가한 사람들을 크게 OOB(Old old boys의 준말, 4기 조성억, 6기 임주백, 13기 최성순)와 YOB(Young old boys, 27기 정지윤․지하나․서홍용, 28기 최재훈, 30기 이상범․진난주)로 나누어도 될 것 같았다. 첫날 아침 아홉의 OB대원들은 아닐라오 DIVE7000 리조트의 넓은 홀에서 어색한 식사를 했다. 동아리 회원 명부에서 봤었던, 혹은 페이스북에서 인사를 나눴던 선후배의 이름과 얼굴을 서로 매치 시키며 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 중 가장 막내였던 나와 최고령(?)이셨던 4기 선배님은 무려 26기수 차이였으니, 그 어색함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딸과 함께 참가하신 임주백 선배님의 경우, 19살 난 딸이 도리어 더 나와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민망한 인사와 아침 식사를 그럭저럭 마치고, 역시 말없이 조용히 다이빙 준비를 시작하였다.

베아트리체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시작하며

 
다이빙이 직업이 되신 선배님부터 십여년 만에 다시 다이빙을 시작한 선배님, 그리고 이제 막 100로그를 바라보는 꼬마(?) OB 다이버들까지 한데 모여 첫 다이빙을 시작하려니 다들 불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2년 만에 다이빙을 다시 시작한 나도 선배님들 앞에서 망신살이나 뻗치지 않을까 하여 마음이 영 불편하였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입수 후 약간의 부력 체크를 하고 나니 곧 편안함이 찾아왔다. 2년 만에 들어와 본 바다는 여전히 조용했고, 여전히 아늑하게 날 받아주었다. 정신을 차려 선배님들을 돌아보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편안히 서로를 바라보고 계셨다. 젊었을 때 한 모험하신 분들답게.

마크로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기자기하기 그지없는 아닐라오의 바다를 구경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그렇게 무사히 첫 날의 다이빙을 마치고 다시 배 위에 오르니, 다들 수다 삼매경이다. 그 물고기 봤어?, 거북이는요?, 언니는 여전히 물속에서 말을 잘하네요!, 형, 물고기 괴롭히지 마요... 등등, 하는 얘기도 옛날과 똑같다. 나이 지긋한 선배도, 갓 졸업한 꼬마 OB도 바다 위에서는 다 한 마음이다. 남들 다 보고 나온 생물을 혼자 못 보고 나온 사람이 있는 것도 여전하고….


베아트리체 포인트에서

그렇게 4일에 걸쳐 Cathedral, Twin Rock, Coala, Beatrice, Darilaut, Sunview, Kirbys Rock, Dead Palm, Arthus Rock 등 아닐라오의 유명 포인트를 쉼 없이 구경하였다. 어느 포인트도 빠질 것 없이 훌륭하였다. 특히 스쿠버넷 대표인 최성순 선배님의 사진 솜씨는 실물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와 더 예쁜(?) 얼굴을 남겨주셨다.




모든 다이빙을 마치고 마지막 날이 되니 마흔 이상의 OOB도, 20대의 YOB도 다시 예의 수중탐사대의 대원으로 완벽히 돌아와 있었다. 마지막 날, 몇 병의 산미구엘와 함께 한 담소의 장에 이미 어색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없는 소리도 용인되고, 진지한 얘기도 부끄럼 없이 할 수 있는 곳, 이미 올드한 보이가 되었어도 그 때 그 시절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대학 동아리가 아닌가 싶다. 비록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OB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용감한 젊은 다이버일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든든하다.

강재철 대표와 함께
제 1회 수중탐사대 해외 원정에 참석한 아홉 명이 수중탐사대 대원들.

스쿠버 다이빙 계의 미래는 아마도 밝을 것이다. 나의 주변 사람들만 하여도 스쿠버다이빙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대학 내 스쿠버 동아리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취업난에 허덕인다는 대학생들이 취업과 관련한 동아리에만 몰린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은 스쿠버다이빙이 더 이상 기존 대학 동아리들이 갖는 척박한 환경(?)과 맞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그러나 대학 동아리 출신 다이버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국내 스쿠버 다이빙 동아리들이 더 활발히 지속되었으면 한다. 다이빙이 단순한 비싼 레저 스포츠로 남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니길 바라기 때문이다. 대학 동아리들이 여전히 안고 있는 열악한 환경 문제는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젊은 시절 넘치는 열정을 가진 동료들과 다이빙의 기쁨을 나누어 간직한 것은 좀처럼 갖기 힘든 경험이다. 특히 이번 서울대학교 OB모임과 같이 그 기억을 지속시켜주는 모임의 존재는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이번 OB원정에 딸과 함께 참석하신 임주백 선배님을 보며, 나도 나중에 나의 배우자와 혹은 나의 아이들과 함께 동아리 모임에 참석하여 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날 100회를 맞이한 나와 26기 정지윤을 기념하며 찍은 단체 사진. 200회, 500회, 1000회에도 함께 다이빙 할 것을 기대해본다.



    
이번 수중탐사대 제 1회 OB 해외 원정은 OB 모임이 내딛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이 모임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마흔이 되어도, 육십이 되어도 여전히 이 사람들과 그리고 나의 가족들과 함께 다이빙을 하고 싶음이다. 비단 서울대 수중탐사대 뿐 아니라 한 때 다이빙 업계의 명맥을 유지시켜주었던 그 시절의 용감한 젊은이들이 다시 모여, 지금의 젊은이들과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 이렇게 오순도순 다이빙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난주
SNUT 30기
서울대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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