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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본 세부 다이빙투어



혼자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본 세부 다이빙 투어

2년 만에 다시 찾은 세부였다. 이번 투어는 돌아오는 항공권만 확정하고 일주일간의 여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이동하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세부 곳곳에 있었기에 언제든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세부 막탄에서 시작하여 모알보알, 오슬롭을 거쳐 다시 막탄으로 돌아오는 자연스러운 세부 순회 여행이 되었다.

    
막탄 인근 다이빙
현지시간 새벽 1시경 막탄 국제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라푸라푸시 마리곤돈에 위치한 오션플레이어에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기상하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조금 찌푸린 하늘이었으나 들뜰 수 있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도우미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세부 도착 3일 전 동해의 차가운 수온에서 다이빙을 하고 왔던 터라 따뜻한 바다에 잠길 생각을 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다이빙 준비를 했다. 교육다이빙 전문 숍인 오션플레이어 리조트는 수많은 교육생들로 번잡한 모습이었다.


     첫 다이빙은 올랑고 섬 주변으로 가려했으나 바다사정이 좋지 못해 날루수안으로 향했다. 가볍게 체크다이빙을 하며 막탄 바다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날루수안 섬의 피어 아래에 무리지어 상주하는 수많은 롱스팟 스내퍼였다. 수많은 스노클러와 다이버들의 피딩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오후 다이빙에는 막탄 앞 바다에 정어리를 항상 볼 수 있다는 콘티기 포인트를 찾아가 보았다. 흐린 날씨와 좋지 못한 시야 때문에 가뜩이나 몸집이 작은 정어리 떼를 카메라 앵글에 멋지게 촬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몇 장 촬영하고 첫날 다이빙을 끝냈다.저녁에는 근처에 위치한 사이드마운트 전문 다이빙 숍인 포비다이버스에 들려 입담이 구수한 사장님과 때 마침 동굴교육과정을 끝낸 분들과 어울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그 자리에서 모알보알 클럽하리리조트의 공동대표로 있는 페이스북 친구를 만나 다음 날 저녁에 모알보알로 동행하기로 하니 술자리에서 다음 목적지가 자연스레 정해졌다. 


     다음 날도 기상은 좋아지지 않았으나 즐거운 마음으로 힐룽둥안 섬 주변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이곳 역시 날루수안 주변 지형과 다르지는 않았으나 제비활치 무리들을 손쉽게 볼 수 있어서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수 차례 놈들의 신경을 곤두세워 놓았다. 이곳도 직벽을 끼고 진행하는 형식으로 두 차례 다이빙을 마쳤고 우리는 힐룽둥안 섬으로 올라가서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쉽게 가라앉을 모양새가 아니었기에 스태프들은 3차 다이빙 진행여부를 고민하다가 마지막 다이빙을 마리곤돈 케이브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2년 전 소형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본 경험이 있기에 내심 광각촬영에 대한 기대가 컸다.그러나 수심도 깊고 조류가 매우 강했던 기억이 있던 곳이라 10여명이 한꺼번에 일사천리로 다녀오기란 힘들어 보였다. 입수 후 일부 다이버들이 조류에 밀리면서 직벽을 타고 내려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아쉽게도 별 소득 없이 다이빙을 마쳤다.


리조트로 돌아와 재빨리 장비와 짐을 챙겨서 약속한 대로 하리리조트 대표와 모알보알로 향했다. 저녁시간이라 교통량이 많아 3시간 정도 걸려 늦은 저녁시간에 모알보알에 도착하였다. 클럽 하리리조트는 얼마 전 신축한 곳으로 시설 면에서 매우 훌륭했다. 심신이 피곤하였지만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좋아서 시원한 맥주로 기나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모알보알 다이빙다음 날 날씨는 아주 화창하지는 않았으나 해가 가끔씩 얼굴을 보이곤 했다. 리조트에 다이버들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다이빙을 나갈 수 있었다. 첫 다이빙은 통고 생츄어리 포인트였다


시야가 막탄에 비해 좋았으며 수면 위로 해를 볼 수 있어 며칠 만에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이곳은 제주바다와 비슷한 연산호들이 있었으며 그 주변에 형형색색 자그마한 물고기이 많이 보였다. 또한 모알보알의 명성답게 바다거북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첫 다이빙은 매우 만족스러워 내심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곳의 특징은 다이빙 포인트들이 해변에서 매우 가까워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포인트마다 커다란 부이작업이 되어있어 방카보트를 부이에 고정하면 다이버들의 입출수가 용이하였다.


두 번째 포인트로 이동하니 앞서 도착한 방카보트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모알보알 최초의 한국인 다이빙 숍인 MB 오션블루의 배였다. 마침 김용식 사장님도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두 번째 다이빙을 탈리사이 포인트에서 함께 진행하였다. 이곳은 경산호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고 25m 아래 수심대에는 제법 커다란 부채산호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리조트로 돌아와 식사를 하면서 페스카도르섬을 바라보며 바다가 잔잔해 지기를 소망했다. 페스카도르섬은 모알보알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얼마 전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수많은 정어리 떼들의 군무를 항상 볼 수 있던 곳이다. 비록 정어리 떼는 떠나고 없지만 그래도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었다. 오후에도 백파가 보여 페스카도르 섬에 갈 수가 없었고 대신에 근처 화이트하우스라는 아기자기한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저녁에는 파낙사마 해변 주위를 돌아보고 지인들과 만나 식사를 하며 각자의 여행추억에 대하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늦은 시간까지 술잔도 기울였다. 
    
다음 날 창밖으로 페스카도르섬을 바라보니 백파도 보이고 비바람도 일고 있었다. 1차 다이빙을 오스카 케이브에서 진행 후 바다사정을 보고 2차 다이빙을 페스카도르섬으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오스카 케이브는 파막사마 해변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계절풍의 영향으로 남쪽에 위치한 통고 생츄어리나 탈리사이 포인트보다 파도가 높고 물살이 거셌다.

다행히 테크니컬 다이버인 하리리조트 김동준 대표가 직접 가이드를 해주었기에 손쉽게 오스카 케이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스카는 바닥 수심이 38m 정도였고, 길이는 10m 폭이 1m 내외로 비좁은 공간이었다. 사전 약속이 없었던 관계로 3명이 한꺼번에 진입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촬영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허탈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팔자려니 생각했다.

 
케이브를 나와서 이동하는데 뾰족한 죽방멸치 같은 놈들이 떼를 지어 눈앞에서 알짱거렸다. 바로 레이져피쉬였다. 처음 보는 피사체이고 놈들의 움직임이 재미있어서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오스카 케이브에서의 아쉬움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동굴에서 나올 때 입구에 이놈들이 예쁘게 춤을 추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 자신에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보트에 올라와 우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페스카도르섬을 바라보았고, 모두의 눈빛을 보아하니 렛츠고!! 페스카도르였다.


거센 파도를 헤쳐서 섬 남쪽 뒤 잔잔한 곳에 보트를 세우고 수면휴식을 가졌는데 외국인 다이빙 숍의 배도 볼 수 있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잔잔한 남쪽에서 입수해서 동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어김없이 수많은 정어리 떼의 군무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어리 떼는 떠나고 없었기에 우리는 돌하루방 얼굴을 음각으로 조각한 형상을 하고 있는 캐번 지형을 보기 위해서 우측에 직벽을 두고 진행하면서 섬 서쪽을 감상하였다. 입수해서 얕은 수심에는 수많은 경산호와 테이블산호들이 있고 수심을 조금씩 타고 내려가 보니 그린튜브코랄과 해면 주변을 수많은 안티아스 무리가 수 놓고 있었다. 이곳 역시 노랑, 주황, 보라색의 연산호들이 서식하고 있었으며 여러 개의 캐번을 통과하며 가이드를 모델삼아 촬영을 하였다.


또 셀프 카메라로 필자를 모델삼아 여러 가지 피사체를 담아보기도 했는데 찍다보니 셀프카메라로도 푸른 물색과 주제 그리고 모델까지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천천히 여러 피사체를 담고 진행하는데 가이드가 앞에서 필자를 불러 세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러 개의 구멍이 있는 캐번 입구였다. 가장 아래의 큰 입구로 진입해서 안에서 밖을 쳐다보니 정말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하고 몇 장의 사진만 남기고 빨리 되돌아왔다. 리조트로 돌아올 때는 파도가 높아 배가 뒤집힐 정도였고 혹시나 싶어서 장비를 벗지 않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날씨도 좋지 않고 정어리 떼도 없었지만 페스카도르섬 다이빙은 정말 인상 깊었다. 돌아와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아쉬움이 많았고 언젠가 다시 들어가 제대로 촬영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모알보알에서의 다이빙은 모두 끝이 났고 반나절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문득 릴로안에 머물고 있는 지인들 소식이 궁금했다. 연락해보니 그곳 또한 바다사정이 좋지 못했다. 막탄에서 모알보알로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릴로안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하기로 하고 한가로이 여유를 즐겼다.


오슬롭 고래상어 다이빙다음 날은 세부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좋은 떠나기 좀 아쉬운 날씨였다. 마침 함께 다이빙했던 손님 중 오슬롭으로 이동하는 분이 계셨기에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었다. 아침식사 후 리조트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슬롭으로 떠났다. 오슬롭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이 해안도로여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훌륭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눈에 띄는 섬 하나가 보였는데 바로 수밀론 섬이었다. 동행 분과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시간 정도 걸려 오슬롭에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였으나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후에 수밀론으로 다이빙을 나가서 보니 섬 안에 위치한 리조트도 보였고, 파도를 피해 잔잔한 곳에는 근처 릴로안에서 피크닉을 나온 배들도 상당수 보였다. 재미나게도 그 중에 낯익은 얼굴들이 타고 있었다. 바로 릴로안 건우리조트에 들어와 있던 지인들이었다. 뜻밖의 만남이었기에 더욱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물속에서도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수밀론섬 주변에는 잭피쉬, 바라쿠다, 거북이 등을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필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였다. 이 또한 팔자려니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였다. 수밀론섬과 이별하고 리조트로 돌아와서 이곳 고래상어의 역사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재작년 10월 고래상어가 해안인근까지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한 어부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로 오슬롭 앞 바다에 여러 마리의 고래상어가 먹이활동 하는 진귀한 광경들이 다이버들에게 직접 목격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모습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방팔방으로 전해지면서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오슬롭으로 다이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오슬롭시에서 관여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저렴했던 것이 점점 오르더니 얼마 전 터무니없이 입장료가 1,500페소(한화 2만7천원)까지 뛰었다. 다행인 점은 폭리를 취하며 운영되고는 있지만 고래상어의 개체수가 점점 많아져 지금은 10여 마리에 이르렀고 고래상어와 다이버의 안전을 위해서 라인 근처로는 프로펠러를 장착한 어떠한 배도 접근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아무튼 고래상어는 다음날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다음 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나갔다. 모래 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철썩거리는 바다를 보며 상념에 잠겨있자니 구름 뒤로 숨은 채 떠오르는 태양의 아우라에 날이 밝아왔다. 드디어 고래상어 촬영에 나갔다. 제한구역 밖까지 방카보트로 이동하여 라인 밖에서 입수해 피딩 지역 안으로 유영하여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지만 해안과 가까운 곳이라 시야는 좋지 못하였다. 수면을 보면서 카메라 노출을 맞추고 있는데 무언가 대물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더니 머리 위로 고래상어가 꼬리를 저으며 유유히 지나가는 게 아닌가! 순간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대물을 코앞에서 만나보니 참 경이롭고 흥분됐다. 40여분을 2마리 고래상어 주변을 맴돌며 그들과 교감하려 애쓰며 촬영을 마쳤다. 아쉬웠던 점은 보다 많은 고래상어가 모이지 않았다는 것과 해안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서 먹이를 주다 보니 시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그들과 한곳에서 숨 쉬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아침을 먹고 쉬다 보니 세부로 가는 콜 차량이 도착했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슬롭을 떠났다. 시눌룩(sinulog) 축제 마지막 날이라서 세부시내 교통체증이 예상되었기에 서둘러 출발했던 것이다. 시눌룩 축제는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마지막 날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아기예수 상을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며 화려한 춤 솜씨를 뽐내는 행사들이 펼쳐진다고 한다. 운전기사와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세부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었기에 도중에 어떤 시골마을에 들러 음료수도 마시고 역사가 깊어 보이는 성당 앞에서 잠시 내려 기념사진도 남겼다. 점심 때 출발했지만 저녁 무렵에야 막탄에 도착하였다. 공항근처에 숙소에 여장을 풀고 세부 시내로 시눌룩 축제를 구경하러 나가려 했으나 시내로의 차량진입이 통제되었고 교통체증이 심해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숙소근처 쇼핑몰에 들러 눈에 들어오는 티셔츠가 있기에 집사람과 꼬맹이들 선물도 함께 구입하였다. 짧았던 1주일간의 세부여정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막탄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 간단하게 술 한 잔 기울이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이면 보게 될 가족들을 생각하며 세부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세부 날씨는 최고였다. 호텔 창밖으로 막탄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고 푸르른 하늘이 보였다. 차곡차곡 짐을 챙겨 여유롭게 공항으로 이동해 출국심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하게 돌아왔다. 언제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3주 정도의 일정으로 세부 전역을 구석구석 다녀보며 다양한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박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