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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이야기



20년 이상 다이빙을 해오는 동안 상어에 대한 적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백상아리에 관한 일련의 영화와 타큐멘터리를 보면서 잔인해 보이지만 남성적인 야성의 모습에 묘한 매력을 느껴왔다. 거대한 크기의 회색상어가 소리 없이 나타나 저만치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는 심연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러나 날카로운 이빨에 난폭성까지 갖춘 거대한 상어는 다이버가 내는 아주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온 신경망을 곤두세우며 다시 돌아가 공격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상어”는 다이버들에게 설렘과 영원히 해소할 수 없는 막연한 공포심을 동시에 제공해 준다. 필자는 해양생물학을 공부했지만, 어류학자는 아니다. 해외 다이빙을 다니며 많은 수의 리프상어(reef shark)를 보아왔고, 또한 상어가 살고 있는 동굴로 일부러 찾아 가서 구경도 했다. 그러나 흐린 날씨에 시야가 좋지 않는 남해 고흥 근처 무인도에서 상어를 대면하고는 온 몸이 저리는 경험을 했다. 그 기억은 일 년 간이나 남아 해조류를 채집하면서도 뒤에 상어가 나타나 공격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곧 매력으로 바뀌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두려우나 버릴 수 없는 마력(魔力)을 지닌 해양생물 “상어”에 대하여 적어 보고자 한다.

크기가 2m에 달하는 갈라파고스 상어(Galapagos shark)주둥이와 잎 주변으로 뚫린 작은 구멍들이 로렌치니 기관이다.사진 Nicolas


상어
상어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고생대인 4억 여 년 전으로 공룡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울주군에 있는 암벽화에 고래와 함께 상어의 모습이 있고, 조선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저술한 『해동역사(海東繹史)』에 “5월 후에는 바다 속에 큰 물고기가 있어서 사람을 해치므로 이때는 바다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기록도 있다.상어가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날카로운 이빨과 무시무시한 공격성 때문이다. 상어의 이빨은 짧은 삼각형의 칼 모양인데 사람처럼 한 줄만 이가 난 것이 아니라 신기하게도 여러 열로 되어 있다. 때문에 앞열의 이빨이 닳거나 빠져 나가면 뒤 열의 이빨이 이동하여 새로운 이빨을 형성하게 된다.옛 문헌에 따르면 상어는 한자로는 보통 사어(鯊魚) 또는 사(鯊, 魦)로 쓰였고, 사어(沙魚)나 교어(鮫魚)도 쓰였다. 작어(魚)복어(鰒魚)치어(淄魚)정액(挺額)하백(河伯)건아(健兒) 등의 별명도 있었으나, 오늘날 상어가 표준어이고, 방언으로 사애사어상에 등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조선 성종 때 노사신, 강희맹, 서거정 등이 엮은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사어鯊魚는 경기도(1고을)충청도(9고을)경상도(16고을)전라도(2고을)황해도(1고을)평안도(16고을)의 총 45고을, 점찰어(占察魚:전자리상어)는 경상도의 3고을, 쌍어(雙魚:귀상어)는 함경도(명천)의 1고을의 토산물이었다. 조선 후기 학자 이만영의 『재물보(才物譜)』에서는 교어(鮫魚)를 “눈은 푸르고 뺨은 붉으며, 등 위에는 갈기가 있고 배 아래에는 날개가 있으며, 꼬리의 길이는 수척이 되고, 피부는 모두 진주와 같은 모래를 가지며 얼룩지다.”라 기재하고, 교어의 별명을 든 다음 녹사(鹿沙:별상어)호사(虎沙)거사(鋸沙:톱상어)를 간단하게 기재하였다. 또한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사어의 특징을 쓰고 호사(膏鯊, 현재의 곱상어)진사(眞鯊, 현재의 별상어)해사(蟹鯊)죽사(竹鯊, 현재의 까치상어)치사(癡鯊, 현재의 복상어)왜사(矮鯊)병치사(騈齒鯊)철좌사(鐵剉鯊, 현재의 톱상어)효사(驍鯊)산사(鏟鯊)노각사(艫閣鯊, 현재의 귀상어)사치사(四齒鯊)도미사(刀尾鯊, 현재의 환도상어)극치사(戟齒鯊)기미사(箕尾鯊) 등 15가지 상어류를 기재하였다.

특이한 형태를 갖고 있는 귀상어(Hammerhead shark)콧구멍과 눈이 망치처럼 생긴 머리의 가장자리에 붙어 있다.사진 Nicolas

이것들 외에도 은사(銀鯊)철갑장군(鐵甲將軍)금린사(錦鱗鯊)가 기재되어있으나 이것들은 상어류가 아니다. 또한 자산어보에는 상어의 특징을 “대체로 물고기 중에서 알을 낳는 것들은 암수의 교배없이 수컷이 먼저 흰액을 쏟고, 암컷이 알을 이 액에 낳으면 알이 변화해서 새끼가 된다. 그런데 유독상어는 태생(胎生)을 하며 잉태하는데 일정한 시기가 없다. 이것은 물속 동물의 특례이다.”라고 하면서, 태생을 강조하였다.형태학적으로 상어의 몸은 머리몸통꼬리지느러미의 4부로 구분되고, 체형은 방추형(紡錘形: 원통형에 양끝이 원뿔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지느러미가 발달되어 있으며, 등지느러미에 강한 가시를 가진 것도 있다. 몸의 표면은 방패비늘[순린, 楯鱗]로 덮여있어 만지면 꺼끌꺼끌 하고, 입은 몸의 아랫면에 있으며, 그 앞쪽에 콧구멍과 입을 연결하는 비구구(鼻口溝)가 있는 것도 있다. 눈은 머리의 좌우에 있고, 그 뒤쪽에 5∼7쌍의 아가미 구멍[鰓孔]이 있으나, 아가미뚜껑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눈의 바로 뒤에는 숨을 쉴 때 물을 들이 마시는 기관인 분수공(噴水孔)이 있다. 골격은 모두 연골로 되어 있고, 이빨(齒)은 잘 발달되어 있어 분류학상의 중요점이 되고 있다. 창자는 언뜻 보면 짧게 보이지만, 내부가 나선모양으로 되어있어 실제로는 길다. 혈관계는 혈액이 혈관 속으로만 흐르는 폐쇄혈관계(閉鎖血管系)다. 심장은 1심방 1심실로 되어있다.

사람들은 고래상어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많은 돈을 들여서해외 다이빙 여행을 간다. 주둥이 위쪽의 작은 코, 덩치에 안맞게 작은 눈 그리고 구멍만 보이는 귀가 있다.사진 Nicolas

상어의분류
상어는 연골어강(Class Chondrichthyes) 상어상목(Superorder Selachimorpha)에 속하는 어류의 총칭으로 크게 8개목(order)로 구분되며, 전세계적으로 약 400여 종이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13과 36종의 상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의 연구에 의해 4종이 더 국내연안에 출현하는 것으로 확인돼 총 40종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상어는 단독 또는 무리생활을 하며, 전세계 외양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신락상어목 (Hexanchiformes): 상어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종들로 구성되며, 현존하는 종은 고작 5종 뿐이다. 쥐라기 시기의 표본으로 알려진, 멸종된 상어들은 식스길 상어들과 유사하다. 1개의 등지느러미와 6줄 또는 7줄의 아가미 새열을 지니며, 눈에 순막을 가지지 않는다.
돔발상어목 (Squaliformes): 약 97종으로 구성되며, 2개의 등지느러미에 보통 가시가 있고, 뒷지느러미 또는 순막이 없으며 5줄의 아가미 새열을 지니고 있다. 형태와 크기 면에서 매우 다양하며, 극지방부터 열대수역까지 전세계에서 그리고 연안의 얕은 바다부터 먼바다까지 발견된다.
톱상어목 (Pristiophoriformes): 톱상어과(family Pristiophoridae)를 단일과로 가지고 있으며, 가늘고 긴 톱 모양의 주둥이로 먹이를 베거나 기절시킨다. 대부분의 톱상어는 남아프리카에서부터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까지의 수심 40m 이내의 바다에서 발견되지만, 1960년 기록된 바하마상어는 북서카리브해의 더 깊은 수심(640m에서 915m)에서도 발견되었다.
전자리상어목 (Squatiniformes): 현재까지 16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편평한 몸과 넓은 가슴 지느러미를 가진 특이한 상어로, 가오리를 많이 닮았다. 전세계의 온대 및 열대해양에서 발견된다. 대부분의 종이 얕은 온대 또는 열대 기후 지역 바다에서 서식하지만, 어떤 종들은 1,300m의 깊은 바다에 서식한다.
괭이상어목 (Heterodontiformes): 현존하는 종은 9종으로 모든 종이 비교적 작아서, 가장 큰 종이 다 자랐을 때 150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열대 및 아열대지역의 물속 바닥에 산다.
수염상어목 (Orectolobiformes): 너스상어와 고래상어가 포함되어있는 분류군이다.
흉상어목 (Carcharhiniformes): 흉상어목은 청새리상어와 두툽상어, 복상어, 흉상어, 귀상어 등과 같은 다양한 상어류를 포함하여 270여 종이나 된다. 여기에 속하는 상어들은 눈에 일종의 순막(瞬膜)이 있으며, 2개의 등지느러미, 1개의 뒷지느러미 그리고 5줄의 아가미 새열을 지니고 있다.
악상어목 (Lamniformes): 백상아리, 청상아리, 타이거상어, 돌묵상어 및 환도상어가 포함되는 분류군이다.

최근 미국의 고생물학자인 척 시암파글리오(Chuck Ciampaglio) 라이트 주립대학교 교수는 역대 최상의 포식자가 “메갈로돈(Megalodon)”이었다고 말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메갈로돈은 이름 그대로 ‘커다란(Megal) 이빨(Odon)’이란 의미를 지닌 선사시대 상어를 칭한다.메갈로돈 화석은 약 200만 년 전 이들의 사냥터였던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 있는 샤크투스힐이라는 화석 산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으며, 크기가 20cm 이상인 이빨들이 발굴되고 있는데 몸 길이는 평균 15m 이상이며 몸무게는 약 100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메갈로돈을 현재 백상아리의 조상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최근 유전자 분석에 의한 연구결과 직접적인 조상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며, 메갈로돈의 정식 학술명이 “카르카로돈메갈로돈(Carcharodonmegalodon)”이 아니라 “카르카로클레스메갈로돈(Carcharoclesmegalodon)”이 옳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리이브 바닥에 앉아 있는 레오파드 상어(Zebra shark). 사진 권천중


 중층을 떠 도는 실크 상어(Silky shark). 사진 박세회

‘바다의 사냥개’
상어는 놀라운 청각과 후각을 갖고 있다. 여느 물고기와 달리 여러 감각기관을 다 동원하여 먹이를 찾는다. 먹이가 1km 이상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제일 먼저 청각으로 감을 잡고, 수 백 m 밖의 것은 냄새로, 더 가까이 오면 몸 양쪽에 줄지어 나있는 옆줄(측선, 側線)로 진동을 감지하며, 아주 접근하면 그때 눈으로 확인한다. 또한 로렌치니기관(Ampullae of Lorensini)이라는 전기를 감지하는 기관이 있어 주변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감지한다. 먹이인 물개나, 큰 물고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감지할 수 있어 정확한 공격을 한다. 상어학자들에 의한 실험에서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마구 공격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사람의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를 감지해 공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상어를 만나면 발버둥 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며, 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상어는 보통 때는 등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천천히 유영하다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공격성은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바다의무법자'이다. 상어가 먹이를 물면 반드시 머리를 흔들어댄다. 씹을 때 턱이 좌우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흔들어서 먹이를 자르고 상처를 줘서 죽이는 것이다.

간(肝)이 큰 물고기
말 그대로 상어류는 간(肝)이 크다. 보통은 자기체중의 25%가 간이고 어떤 종은 내장의90%가 간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에 다른 물고기처럼 공기를 넣고, 빼어 부력(浮力)을 조절하는 부레가 없다. 어류에서 부레는 뜨고 가라 않는데 아주 중요한 몫을 하지만, 상어는 부레 대신 지방덩어리 인간이 커서 물에 잘 뜰 수 있도록 적응하였다. 그 간에서 간유(肝油)를 뽑아내어 약을 만드니 그것이 간유구이고, 비타민 A, D가 많이 들어 있어서 야맹증(夜盲症) 등 눈(眼)에 좋다.

생활 속의 상어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물고기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 상어껍질을 태워서 얻은 재를 물에 타서 먹는다고 기술한『본초강목(本草綱目)』의 내용을 인용하였고, 또한 『규합총서(閨閤叢書)』의 ‘청낭결’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옛날에도 상어의 살은 오늘날처럼 식용으로 이용하였다. 상어고기는 단백질이 19.5%로 많은 편이고 지방은 0.1% 정도로 매우 낮다. 상어백숙, 상어산적, 상어찜, 상어포, 상어회 등 다양한 요리가 있으며 훈제하거나 어육햄, 소시지 등으로 가공되기도 한다.상어는 어느 것이나 피부에 꺼칠한 돌기를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교피(鮫皮)라 하여, 말려서 사포(砂布, sandpaper) 대용으로 물건을 매끄럽게 문지르는데 사용하는가 하면 구두와 각종 공구의 장식용으로 쓰였다.


암초의 후미진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는 너스 상어(Nurse shark)사진 권천중




상어 공격사고, 그 풀리지 않는 궁금증
상어류는 전세계의 해양에 널리 분포 하는데, 남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담수에 사는 종류도 있다. 일반적으로 온대열대에 종류가 많고 한대에는 적다. 고래상어귀상어돌묵상어와 같이 회유성(回游性)인 대형상어는 태평양대서양에 공통으로 널리 분포한다. 원시상어와 같은 심해성(深海性) 상어도 노르웨이아프리카서안이나 북아메리카의 캘리포니아 앞바다 등에 널리 분포한다.백상아리는 열대해역을 제외하고는 전해역에 출현하였다는 기록들이 있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분포하고 있다. 이들의 출현에 대한 적지 않은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무리를 짖고 사는지, 새끼는 몇 마리나 낳는지, 얼마나 먼 곳까지 또는 깊이 이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백상아리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지역들이 대부분 온대해역이라는 점과 선호하는 먹이가 물개, 물범과 같은 바다포유류를 먹이로 한다는 많지 않은 사실들이 밝혀졌을 뿐이다. 호주남부의 포트랜드라고 하는 곳의 해안에는 매년 봄에 바다사자들이 새끼를 낳는데 이들 새끼들과 지친 어미들을 노리고 해안에 백상아리들이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그시기에는 다이빙이 금지되어 있다. 호주의 남쪽바다는 백상아리가 세계에서 가장 자주 출현하는 곳이다. 또한 백상아리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영화들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이 해역은 남극으로부터 오는 차가운 해류가 지나가는 곳으로 백상아리의 공격사고가 바로 이 지역에 집중되어있다. 세계 다른 해역인 북아메리카의 태평양과 대서양의 중북부해역,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 모두들 호주의 남쪽해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백상아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수온이 차가운 해역이면서 물개나 바다사자 (식육목에 속하는 바다포유류) 또는 돌고래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거나 집단서식지 주변을 찾는 것이다. 식육목의 바다동물들은 대개 온대나 한대해역에서 분포하므로 이들의 서식지를 찾아서 새끼를 낳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쉽다는 의미가 된다. 자료를 찾아보면 백상아리가 자주 나타나는 빅토리아, 타즈메니아, 남오스트랠리아 3주에서 지난 200여 년 동안 상어에 공격 당한 사건이 77건이 있는데 그 가운데사망자는 30명이었다.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1959년 이후 상어의 공격으로 2000년대 초까지 희생된 어부는 6명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학계에서 대한민국 연안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에 대한 연구실적은 미미하다. 1959년 보령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던 대학생이 상어에 의해 희생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건의 상어에 의한 인명피해가 있었고 1건을 제외하고 모두 5월에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의 서해안에서 사람들을 공격한 상어가 백상아리라 가정하고, 지난 40년 동안 6건의 사망사고가 생겼다는 것은 바다의 크기와 기간을 고려할 때 호주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서해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상어의 공격기록은 8월에 출현한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5월이었다. 이시기에 출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4월부터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따뜻한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봄철에 사고가 집중된다고 하였다. 또한 산란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따뜻한 수온 때문이었다면 남해안과 제주도 주변해역에서는 왜 자주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적도해역에서 북상하는 커다란 난류인 쿠로시오는 큐슈의 남쪽에서 분지하여 우리나라 해역으로 들어서는데 이 해류를 통상 대마난류라고 한다. 대마난류의 본류는 제주도 남쪽을 거쳐 대한해협으로 나아간다. 이 따뜻한 해류는 두께가 무려 200m가 넘어 본류가 지나는 남해의 남쪽에서 거의 전수층을 차지하여 흐른다. 서해로는 극히 일부분이 그것도 수표면으로 들어 온다. 그런데 왜 남해로 가지 않고 서해안에만 나타날까? 생물이 어떤 장소에서 살아간다고 하면 그곳은 대개 그 생물에 알맞은 먹이와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서해안은 백상아리에게 적절한 서식지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YES다. 백상아리는 적도 해역을 제외한 많은 해역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찬수온을 가진 온대해역이 주서식지인 것으로 보인다. 서해는 수심이 얕은 바다지만 바다 속에는 일년 내내 10℃ 이하를 유지하는 차가운 물덩어리를 가지고 있어 수온이 찬바다로 분류할 수 있 다. 서해의 남쪽 입구는 평균수온 18℃ 에 이르는 따뜻한 난류가 가로막고 있다. 서해의 물과 난류 사이에는 수온과 염분의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 서로 잘 뒤섞이지 않는다. 난류를 통과해서 서해바다로 진입하는 것이 때로는 생물들에게 무리일 수가 있다. 두 물덩이의 특성 차이를 “생태적 장벽”이라고 한다. 조기와 같이 물론 수심이 깊은 곳에서 회유하는 종류나 뱀장어와 같이 큰 수온이나 염분차이를 적응하는 종류도 다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해양생물들에게 “생태적 장벽”은 무시할 수 없는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특히 열대해역에 살던 따뜻한 물에 적응하였던 생물들이 탁도까지 높은 서해로 진입하는 것은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다. 백상아리가 따뜻한 바다에 살다가 해류를 따라오다 수온이 높아지는 시기라고해서 황해로 진입할까? 의문이 생긴다. 국내바다의 4월과 5월은 분명히 수온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임이 분명해도 아직 겨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때 이다. 상어 공격사고가 일어나는 해의 5월에는 모두 이상 고온이 있어서 그들이 왔을까? 백상아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상어 공격사고와 상어의 습성에 대한 추리를 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필자는 상어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자는 의도로 이 글의 마지막을 쓴 것이다. 그러면 서해는 백상아리의 먹이가 많은 곳인가 하는 또 다른 의문이 하나 남아있다. 아직도 백령도에는 물범의 무리가 살고있고 서해안의 무인도에는 이들 식육류무리들의 목격담이 적지 않다. 그리고 등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류인 길이 1m 남직한 물돼지류가 많이 산다. 백상아리가 먹이에 관한 조건은 갖추어진 셈이다. 이제 남는 의문은 어디에서 백상아리가 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수심이 깊은 곳에 살면서 전세계의 바다를 넘나드는 것일까? 아니면 찬 서해에서만 살아가는 소수의 집단이 있는 것일까? 후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필자는 아직도 어떻게 서해안의 “상어공격사고”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 하였다. 두려움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우리바다에 사는 이 커다란 물고기에 대해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사람을 해치기 때문이 아니라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이기 때문이다.전지구적으로 상어의 포획은 거의 감시되거나 관리되지 않는다. 상어의 부산물(대표적으로 샥스핀용 지느러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어포획에 대한 압력이 커졌다. 상어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수명이 긴 육식동물이어서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고 일정수준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번식시키는 것 또한 어렵다. 상어의 숫자가 감소한 것은 최근으로 지난 20-30년 동안 보통 70% 이상 감소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종류에 따라서는 90% 이상 되기도 한다. 사람의 입맛을 돋구는 지느러미 하나를 얻으려고 바다의 가장 큰 물고기 무리를 멸종시켜서 되겠는가. 호랑이에 갖는 관심의 반이라도 가지면 어떨까?호주에서는 최근에 이 동물을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8m에 달하는 엄청난 물고기가 있는 바다는 우리에게 바다가 아직도 살아있는 매력적인 야생이라는 것을 의미해 준다. 끝으로 다이버들의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출현시기와 기본적인 습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현 사실 자체를 숨기려다가 다이버 사고로 이어지면 다이빙계가 더 큰 낭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위험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어에 의한 사고확률을 볼 때 교통사고의 몇 십 분의 일이며 다른 해양스포츠에 의한 안전사고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자료에 의하면 산에 올랐다가 벌에게 쏘여 죽은 숫자보다도 훨씬 낮았다. 실제로 사고 중에 상어공격에 의한 것은 전체의 0.000000167%에 불과하며, 벼락에 의한 인명사고는 미국 한나라에서만도 백 만 명 중에 0.5명으로 0.0005%에 달한다. 무려 상어의 공격보다 300배나 높은 수치이다. 이제 하나의 야생동물로서 상어에 대한 두려움은 남겨 두되, 지나친 미움은 철회하고 우리바다도 생존하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샥피딩으로 몰려든 블랙팁 상어(Blacktip shark)와 구경하는 스노클러들.사진/최성순

무리지어 이동하는 귀상어(Hammerhead shark) 사진 최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