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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만난 상어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

다이버들이 해양에서 흥미를 느끼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나는 상어를 특히 좋아한다. 다이빙 경험이 많지 않았던 때에는 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어를 직접 만나고 또 공부도 하는 등 경험이 많아질수록 그에 더해 경외심과 함께 애정이 생겨서 더 가까이서 더 자주 보고 싶어하게 되었다.

젊은 시절 독도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보찰바위에서 다이빙을 하는데 입수하자 마자 수중에서 크고 시커먼 것이 3마리나 보였다. 순간적으로 상어라는 생각이 들어 바위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숨죽이며 확인했던 적이 있다. 자세히 보니 머리 위의 이마가 툭 튀어 나와있었는데 혹돔들이었다. 크기가 1m는 넘을 정도의 대물이었으니 상어로 착각할 만하지 않았을까? 그때가 독도에서 첫 다이빙이었는데다 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빚어진 일이었다.

살아있는 상어를 수중에서 처음 본 곳은 필리핀이었다. 나의 첫 해외 다이빙 투어는 1994년 필리핀 바탕가스의 아닐라오에서 배를 타고 보니또 섬과 베르데 섬을 거쳐 오리엔탈 민도로의 사방비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4박 5일의 짧은 리브어보드 여행이었다. 당시에는 배에서 먹고, 자며 다이빙만 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MV Tristar가 나의 첫 리브어보드 보트였다.
동남아를 비롯한 열대바다에서 가장 흔한 상어가 화이트팁 리프상어지만 1994년의 필리핀은 여전히 불법 다이너마이트 어업이 횡행하던 시절이라 상어를 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화이트팁 리프상어는 낮엔 주로 리프의 바닥이나, 산호나 오버행 아래에 몸을 숨긴 채 쉬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 처음 상어를 본 곳은 포인트 이름도 샤크 캐이브라는 곳이었다. 상어가 숨어 쉬기에 딱 좋은 낮은 높이에 길쭉한 구조의 굴인데 그 속에 항상 한두 마리의 상어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었다. 1m도 되지 않는 크기의 작고 귀여운 녀석이었지만 상어를 처음 봤다는 것에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어렵게 상어를 처음 본 후 그 다음 해에 다시 필리핀 투바타하 리프로 리브어보드 투어를 갔는데 그때는 상어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화이트팁 리프 상어가 흔했는데 리프의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는 녀석들이 가장 많았고, 종종 절벽을 따라 유영하며 다니는 녀석들도 마주쳤다. 그 외 블랙팁 리프 상어, 그레이 리프 상어, 너스 상어 등 다양한 종류의 상어들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느 바다를 가든 화이트팁 리프 상어가 가장 흔해서 한두 마리 보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도 못된다. 일본 오키나와의 푸른동굴에서 다이빙했을 때는 좁은 구멍 속에 여러 마리의 화이트팁 리프 상어가 머리만 처박은 채 꼬리지느러미만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코코스와 소코로에서는 오버행 아래에 수많은 화이트팁 리프 상어가 모여서 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에 있는 바닷가재들과 상어들이 같은 곳에 사이 좋게 모여 있는 것도 보았다. 파푸아 뉴기니에서는 낮인데도 화이트팁 상어가 사냥을 하듯 돌아다니는 모습을 만나기도 했다.

코코스에서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었던 시기에 화이트팁 리프 상어들이 다이버들이 비추는 라이트의 불빛에 드러난 물고기들을 사냥하느라 한꺼번에 몰려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런 경험을 하진 못했다. 내가 코코스 다이빙 투어를 가기 전에 타이거상어의 공격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이후로 야간다이빙이 전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타이거 상어 편에서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겠다.

사실 야간 다이빙에서 상어를 만나는 것은 섬찟한 일이다. 고양이과 동물들이 밤에 불빛을 받아 눈이 반짝이는 것은 망막 뒤에 반사판이 있어서 빛을 다시 망막으로 되돌려주어 시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상어들도 고양이과 동물들처럼 망막 뒤에 반사판이 있어서 야간에 라이트를 비추면 어둠 속에서 초록색으로 빛난다.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상어를 보고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어들은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 두려움은 많이 희석된다.

이 글에서 자주 나오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는 편의상 영어 이름인 “Whitetip reef shark”을 차용하여 사용한 것이다. 학명으로는 Triaenodon obesus이라고 하는데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상어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학술적으로 보고된 것은 없는 듯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한 “한국의 상어”에서는 외국에서 수입된 수족관 상어로 소개하고 있는데 ‘단문상어’라고 했다. 그 외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족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백기흉상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글, 사진/ 최성순 ScubaNet Travel 대표

늦은 오후 먹이 활동을 위해 돌아다니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 멕시코 소코로.
바닥에서 쉬고 있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를 고프로로 촬영하는 다이버. 필리핀 투바타하 리프.
두 마리의 화이트팁 상어가 유영하며 다가왔다. 오른쪽 끝은 그레이리프상어. 파푸아뉴기니 상어 피딩 사이트.
쉬고 있다가 다이버들의 방문에 놀라 유영하고 있는 화이트팁 상어들. 코스타리카 코코스.
바닷가재들과 화이트팁 리프상어들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기한 광경. 멕시코 소코로
멕시코 소코로 수중 절벽의 좁은 턱에 모여있는 화이트팁 리프 상어들
코코스 동굴 바닥의 화이트팁리프 상어들.
코코스 야간다이빙에서 만난 사냥 중인 화이트팁 리프 상어들. 정덕재님 동영상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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