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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바다 -고래상어 2018/06

시가 있는 바다
고래상어


내 나이 마흔
아름다운 땅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을 뜻하는
모알보알 그곳으로
고래상어를 만나러 갔다
불혹(不惑)의 나이가 뭔지를 몰라 허둥지둥 하던 차
사진으로만 만나던 그 신비로운 현자를 찾아갔다

동 터오는 아침
카사이 절벽
바다 밑 수심 십 미터
나 홀로 기다린 지 한 시간 남짓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거대하고 우아한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 같은
모알보알 그곳의
열 살 남짓
아리따운 소녀, 실비아
개들이 뛰어 노는
산호로 만들어진 파낙사마 해변으로
그 가는 손으로 만들었을 목걸이와 팔찌를 팔러
나에게로 왔다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여리고 가여운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애처로운 저녁
바다제비 날고 있는 석양의 물결위엔
소금쟁이 마냥 방카들만 떠 있는데
이 무슨 간절함들인가

나는 이제 지천명(知天命)
실비아는 아마 꽃다운 묘령(妙齡)
뉘엿뉘엿 해가 지듯
스멀스멀 나이가 든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찾았을까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고래상어는 아직도 카사이 절벽을 지나다니고 있을 터
모알보알은 거북이 알을 품듯 실비아를 품고 있을 터
그런데
이순(耳順)으로 향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불혹(不惑)을 혹(惑)하며 회유하고 있는데
무거운 공기통을 짊어진 채
엄마의 자궁 같은 먼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데
바다는 아무런 말이 없이
다만 그 깊고 푸른 침묵만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성순




김기준
연세의대 교수
시인
서울시인협회 운영위원
NAUI 강사
Scubanet 자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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