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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곡의 난파선 그 겨울바다에 빠지다 2018/01

나곡의 난파선 그 겨울바다에 빠지다

침선 포인트에서 다이빙 하는 박용진씨

처음 '나곡'을 방문한 것은 1997년 오픈워터 해양실습을 할 때였다. 어느새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나곡의 바다는 높은 하늘만큼이나 유난히 파랗고 난파선의 추억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움을 안겨준다. 바다가 아련한 날에는 더욱더 다이빙이 생각났다. 요 며칠 동안 한파 주의보에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높아서 다이빙을 못할 것 같았지만 약속한 일정에 맞춰서 나곡으로 출발을 했다. 유난히 매서운 바람이 얄밉도록 차가운 날씨지만 다이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우리는 아무리 짓궂은 날씨라도 이기지 못했다.

침선 포인트에서 만난 황놀래미 (주위를 떠나지 않는 모습이 알을 품고 있었다)

3회의 다이빙을 계획 했지만 모두들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나니 3회는 무리라고 판단을 하고 2회의 다이빙을 마쳤다. 일행 중 '박용진'씨는 5mm 웻슈트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 드라이슈트를 입은 우리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추위를 잘 견디는 체질인 듯 2회의 다이빙을 함께 무사히 마쳤다.

같이 다이빙 한 김만성씨

첫 다이빙은 침선 1호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곡에는 3개의 난파선 포인트가 있다. 40년도 넘은 아주 오래된 난파선 포인트와 침선 1호, 그리고 침선 2호이다. 침선은 다이버들을 위해서 일부로 빠트려 놓은 배다. 길이가 약 40~50미터가 되는 배가 시야가 좋은 날은 그 온전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전날 파도가 높아서 그리 큰 희망을 갖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래도 시야가 좋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입수를 했다.

침선에서 박용진씨 (이날 모델을 해 주느라 고생을 했다)

수면에는 약간의 조류가 있었다. 오리발을 차면서 수면에서 하강라인까지 가는 짧은 순간이지만 약간의 숨이 차오른다. 하강라인을 놓치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꼭 잡고 내려 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의 한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우리는 수심 20m에서 유령선만큼이나 음산한 모습을 하고 있는 침선을 서서히 그리고 고요하게 만났다.

침선 포인트에서 다이빙 하는 박용진씨

전날의 파도 영향인지 부유물이 많았다. 그래도 다이빙 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었다. 침선을 돌아 다니다 보니 노란색의 쥐노래미가 특정한 자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무심코 알을 품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주위를 돌아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출수 후 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일행이 있었다. 역시나 노란색을 띤 쥐노래미의 수컷은 산란기를 맞아 알을 품고 있었다.
첫 다이빙은 수온 12℃, 다이빙 시간은 29분, 최대수심 20m, 바닥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바닥을 내려갔다면 수심이 2~3m가 더 나 왔을 것이다. 그리 긴 다이빙 시간은 아니었지만 침선의 모습을 돌아 보는 데는 충분했다.

침선 포인트의 모습 (전날 높은 파도 때문에 시야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약 1시간 조금 넘게 수면 휴식 시간을 갖고 두 번째 다이빙은 '꽃동산'을 가기로 했지만 난파선 포인트에서 문어를 봤다는 얘기를 듣고 난파선 포인트를 두 번째 다이빙 장소로 정했다. 배를 타고 나가는데 바닷바람이 볼을 스친다. 한여름의 상큼한 바람은 아니지만 평소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맑은 공기가 섞인 바람만큼은 분명하다. 나곡의 포인트들은 5분~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멀리 나가지는 않는다. 그 잠깐 동안이지만 차가운 바닷바람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내 뺨에 진한 키스를 남겨주었다.

다이빙 후 배에 올라오는 다이버를 맞이하는 이민섭 강사님 (이민섭 강사님은 경기도 안양이 집이지만 다이빙이 좋아 나곡에 내려와서 나곡수중을 책임지고 있다)

난파선 포인트의 난파선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다 보니 형체를 알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부식이 되었다. 지금 우리 다이버는 손님이고 물고기들이 그 난파선의 주인 인 듯 살아 가고 있다. 많은 볼락 무리가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망상어 무리도 덩달아 옆에서 춤을 추고 노닐고 있다. 쥐노래미도 여러 마리가 보인다. 누군가 모래색깔로 위장한 문어를 발견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대고 있다. 나도 문어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순서를 기다린다. 가만히 있다 보니 첫 다이빙 때 느끼지 못한 한기가 찾아온다. 결국 문어 사진은 제대로 찍지도 못한 채 기약 없는 아쉬운 작별만 고했다.

난파선 포인트에 예전에는 없던 산호가 살기 시작 했다.

난파선 선수 쪽을 돌아 보다 보니 폐그물에 고기들이 걸려서 마지막 남을 숨을 가쁘게 그리고 아주 힘들게 몰아 쉬고 있었다. 이제 막 그물에 걸린 한 마리는 조심스레 그물에서 풀어 놓아 주었다. 여러 마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 혼자의 힘으로 그물을 다 회수하기엔 그 양도 많고 더군다나 공기통의 공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자연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어민들이 고기를 잡다가 그물이 밑에서 걸려서 안 올라오면 그냥 버리기도 한다. 이번 다이빙에 본 그물도 그리 오래 전에 쳐 놓은 것은 아니고 난파선에 걸려서 안 올라오니까 그냥 잘라버린 것 같다. 다이빙을 마치고 보트에 올라 오자 마자 보트를 운전하는 '이민섭' 강사님한테 얘기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 말고 다른 누군가 그물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조만간 그물을 수거 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곡수중에서 갈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 지도

두 번째 다이빙 역시 그리 길지 않은 30분 정도의 잠수 시간이었다. 언제나 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또 한번의 아쉬움을 남긴다. 추억은 아쉬움이 되고, 그 아쉬움은 그리움이 되어서 나곡의 바다를 또 찾게 만든다. 처음 나곡 바닷속을 들어 간 게 20년 전이지만 지금처럼 또 찾게 되니 말이다. 진한 아쿠아마린 색이 보고 싶거나 그 빛깔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그리운 날에는 다시 '나곡수중'을 올 것 같다. 미처 사진에 담지 못한 문어와의 뜻밖의 해후를 기대하면서…

함께 다이빙 했던 일행들 (왼쪽부터 박용진, 최규홍, 김만성, 오세원, 최대웅, 이상훈)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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