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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아이스다이빙

반투명한 얼음 밑 수초줄기와 나뭇가지들이 쌓인 곳에 모여있는 긴몰개 무리


Prologue
도움을 받으며 입수를 준비하는 다이버들

1월 마지막 주말 강원영동지역에 대설주의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백상어다이브리조트의 내항 다이빙을 빼고는 바다 다이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내륙으로 발길을 돌렸다. PSAI 코리아와 남애스쿠버리조트에서 경기도 양평의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와 그 앞의 광탄유원지(봉황정)에서 아이스다이빙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전날 눈이 내렸다고 해서 긴장했지만 해변의 마을길과 백사장 그리고 설악산 등으로만 눈이 좀 쌓였을 뿐 내설악을 벗어나 원통을 지나면서부터는 눈이 하나도 없었다.

6번 국도를 벗어나 광탄유원지가 보이기 시작하자 한겨울에 많은 차량들이 강변에 몰려있고, 얼어붙은 강 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스다이빙 행사가 진행되는 곳을 제대로 찾았다고 생각하며 강변의 모래밭으로 차를 대고 내렸다. 낯익은 얼굴의 다이버들이 얼음 위에서 구멍을 뚫고 있는 중이었다. 늦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전에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서 이론교육을 마치고 막 실습을 시작하는 중이라고 했다. PSAI 코리아 성낙훈 본부장은 행사를 주최하였지만 실제 아이스다이빙의 진행은 참가한 다이브센터와 강사들이 직접 주관하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실습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이스다이빙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한 남애스쿠버리조트의 김정환 트레이너와 김정미 CD 등도 나와서 행사 진행을 도와주고 있었고, 구룡포 펀다이브리조트에서 김동윤 트레이너와 소속 강사와 회원들이 참가했으며, 서울산업잠수아카데미에서 참가하여 표면공급식 장비로 아이스다이빙을 진행한다고 했다. 각 팀의 강사들이 동력톱으로 얼음을 자르고, 스크류로 잘라낸 얼음을 고정시켜서 끌어내어 입수구멍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안전줄 등의 장비들이 배치 된 다음에 다이버들의 입수가 준비되었다. 한쪽에서는 어묵탕이며 쇠고기국을 끓여서 참가자들이 보온을 겸한 요기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얼음 밑에서 바라 본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버들

아이스 다이빙에서 수중사진을 촬영하려면 맨 먼저 들어가야 맑은 시야에서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강이나 호수의 밑바닥은 겨울 동안에는 부유물들이 가라앉아 있어서 조금만 바닥을 교란시켜도 엄청난 부유물들이 피어 오르기 때문에 뒤에 들어갈수록 시야가 흐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남애스쿠버리조트의 김정환 트레이너가 제일 먼저 입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마침 드라이장갑도 없었기에 본인의 드라이장갑까지 빌려주고, 입수 준비도 도와주었다.

첫 번째 다이버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에 먼저 입수하여 수중의 상태를 확인했다. 2℃의 차가운 물 속은 생각보다 시야가 좋았고, 봉황정 암벽 아래의 후미진 굴 입구에 쌓여있는 나뭇가지와 수초줄기 들이 은신처 역할을 해주는 탓인지 긴몰개로 보이는 민골고기들이 엄청나게 많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굴 쪽으로 들어가 있다가 다가오는 다이버들을 촬영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10분 정도 혼자서 사진을 촬영하며 얼음 속 지형을 살펴 본 다음에 입수구멍으로 다시 올라와서 첫 다이빙 팀에게 모델 해줄 것을 부탁했다.

큰납줄개 무리와 아이스다이버

얼음 아래로 짝을 이루어 들어오는 아이스다이버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처음에 구상했던 대로 바위 동굴 쪽으로 다이버들을 이끌었다. 얼음과 수초, 나뭇가지들이 만든 프레임 속으로 라이트를 켜고 들어오는 다이버들의 모습은 그럴 듯 했다. 긴몰개들이 바다 속의 글라스피쉬처럼 무리지어 있는 모습도 좋았다. 다이버들이 굴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듯하여 안전줄이 엉키는 것을 피해 옆으로 비켜서 밖으로 나왔는데 이번엔 크기가 좀 더 큰 납줄개들이 무리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니 바위 지역을 한 바퀴 돌아 도망가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마침 뒤따라 오던 다이버 앞으로 움직였다.

한겨울의 차가운 물 속이지만 이렇게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으니 아이스 다이빙이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이대로 다이빙을 마치기가 아쉬워 다시 한번 굴 입구의 수초 더미 근처로 가서 긴몰개 무리들과 다이버의 사진을 촬영한 다음에 천천히 철수했다. 로그에는 수온 2℃, 최대수심 3.6m에서 24분간 다이빙을 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PSAI 코리아 아이스다이빙 이벤트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이후로 재호흡기 다이버, 사이드마운트 다이버, 여성 다이버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진행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절차에 따라 아이스 다이빙을 즐겼다. 주호흡원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보조호흡원을 휴대하였고, 1인 1개의 안전줄을 걸고 텐더와 소통하면서 다이빙을 진행했다. 다행인 것은 눈이 내리지 않아서 얼음이 투명했고, 얼음 위의 다이버들에게 수중의 다이버가 잘 보였다는 것이다. 아이스다이빙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호흡기가 얼어서 프리플로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당황하면 사고가 생길 수 있는데 예비호흡원과 버디, 안전줄 등의 안전 절차가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었기에 아무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점점 겨울철에 아이스다이빙을 이벤트로 진행하는 단체들과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드라이슈트 사용의 대중화와 트윈탱크 및 사이드마운트 등의 테크니컬 다이빙 보급이 아이스다이빙이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한과 얼음 속이라는 익스트림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다이빙을 해낸다는 성취감과 함께 한 사람들과의 결속감 등이 아이스다이빙의 장점이라면 다이버들이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다.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며, 내륙의 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니만큼 뒷정리를 잘 해서 다이버들이 욕을 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아이스다이빙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PSAI 코리아와 남애스쿠버리조트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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