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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이야기_권천중

주원_흑등고래

대학시절 어느 여름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극장 앞을 서성이며 보았던 영화는 ‘제방 위에 서서 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서있는 아이와 그 위를 뛰어넘는 범고래 한 마리’가 있는 포스터가 멋있었다. 범고래에 이끌려 보았던 “Free Willy”는 영화의 감동보다는 마이클 잭슨(Micheal Jackson)의 “Will You Be There”란 노래가 더 기억에 남았다.‘햇빛이 들어오는 파란 수중에 떠있는 한 명의 프리 다이버 주변에 모이는 돌고래’가 프린트된 포스터에 이끌려 본 영화 “The Cove”에서는 돌고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두 편 모두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래가 나오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배 옆에서 돌고래가 뛰기를 기대하며, 물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조우하기를 바라는 동경의 대상인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진_최성순

고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서양인들은 ‘바다의 괴물’이란 뜻으로 케토스(Ketos)라 하였고, 우리 조상들은 ‘큰 고기(大魚)’란 뜻으로 경어(鯨魚) 혹은 경(鯨)이라고 하였다. 물론 이들은 한자영향을 받은 중국식 명칭이다. 아마도 한글이 창제되기 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鯨)의 우리말 ‘고래’는 19세기 초 조선 실학자 서유구의 저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처음으로 확인 할 수 있다.고래류는 최근 형태학적 연구와 유전자에 의한 연구를 통해 약 6천만년 쯤 전에 짝수의 발굽을 가진 우제류(소, 돼지, 하마 등)으로부터 진화하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4개의 다리와 털을 가진 일반 우제류이면서, 최초로 고래의 특징을 가진 원시고래류는 5천만 년 전에 파키스탄의 신생대 초기 에오세(Eocene)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파키케투스(Pakicetidae)란 동물이다. 이 동물을 원시고래류로 보는 이유는 엄니(Tusk, 길고 강하게 발달한 포유류의 송곳니)와 중이(中耳) 뼈의 모양과 위치가 고래와 유사하였기 때문이다. 고래의 진화를 나타내는 원시고래류를 살펴보면 다리가 수평으로 뻗어 걸으면서 헤엄을 치기도 한 종류, 길고 뾰족한 턱을 가졌고 물개의 모습과 같이 물갈퀴가 발달한 반면 다리의 기능이 거의 쇠퇴한 종류, 뒷다리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고 수평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종류, 현재의 고래모양을 한 종류, 그리고 수평꼬리를 가진 긴 뱀 모양의 종류들이 있다. 이로 보아 고래는 육지를 보행하던 시대를 거쳐 물가에 살다가 다시 바다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며, 육지를 보행하던 시대의 원시 고래류는 개나 고양이 정도로 크기가 작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수중생활에 적응된 고래는 초기에 가지고 있던 털이 완전히 변형되어 피부가 매끈해 졌고, 체온 유지를 위해 피부에 지방층이 형성됨에 따라 몸체가 완전한 유선형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고래의 몸체 크기는 먹이의 다양성에 따라 변화하였다고 추정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고래류의 먹이는 플랑크톤이며, 몸집이 작고 이동 범위가 좁은 소형 고래류의 먹이는 작은 갑각류나 오징어 또는 어류이다. 원시고래류가 가지고 있던 사지 중에 뒷발은 수중생활에 편하도록 퇴화되어 몸체 표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흔적을 외형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앞발은 가슴지느러미로 변형되어, 그 속에 포유류의 원형인 5개의 발가락 뼈를 가지고 있으나, 퇴화되어 4개만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외부에서는 발가락 모양을 전혀 알아 볼 수 없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원시고래류의 몸에 있던 털들은 퇴화되었으나 주둥이 주위의 감각 털만은 남아있다.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몸의 형태는 수면에서 호흡하고 헤엄칠 때 물의 마찰이 가장 적도록 어류처럼 변하였으나, 내장 기관은 포유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래류의 콧구멍은 주둥이 끝에서 머리 꼭대기로 이동하고 턱이 길어졌다.

사진_주원

고래의 분류
고래는 포유동물강(Class Mammalia), 고래목(Order Cetacea)에 속하며, 수중에서 생활을 하고 피가 따뜻하며 폐로 호흡을 하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동물이다. 몸 길이가 약 4m 정도 되는 것들은 고래류(Whales)란 이름이, 그 이하 체장을 가지는 것들은 돌고래(Dolphins 와 Porpoises)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좀 더 세분화해서 분류해보면, 일생 동안 이빨을 가지고 있는 이빨고래아목(suborder Odontoceti, Toothed Whales)과 태생기(胎生期, 수정되어 출생하기 전까지 모체에 있는 기간)에 이빨이 나오지만 분만될 때까지 퇴화되고 흡수되어 이빨이 업는 수염고래아목(suborder Mysticeti, Baleen Whales)로 구분 되어진다. 현재까지 수염고래아목은 4과 6속 14종이 알려져 있으며, 이빨고래아목은 9과 34속 72종이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는 두개 아목의 35종이 분포 한다. 또한 두 아목을 쉽게 구분하는 것은 고래류의 머리에 꼭대기에 있는 콧구멍인 외비공(外鼻孔)의 숫자로 알아볼 수 있다. 이빨고래류는 1개의 외비공을 가지며 약간 들어가서 양쪽 콧구멍으로 갈라지며, 수염고래류는 외비공이 2개이다.이빨고래아목은 일부다처이며, 큰 무리를 지어 회유하는 종류도 있으나, 수염고래류는 거의가 일부일처이나 번식기에만 동행할 뿐, 큰 무리를 이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더 멀고 깊은 바다로
고래는 음향탐지기능이 상당히 발달하였다. 고래류는 음파로 물체를 찾고 의사소통을 한다. 물속에서는 빛이 흡수되고 산란되므로 눈으로 보는 것은 불과 수 m로 한정되며, 수심 깊은 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흑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고래를 “바닷속의 박쥐”라 표현하기도 한다.지금까지 연구에 의해 밝혀진 고래의 소리를 살펴보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20kHz 이하의 저주파 소리는 ‘휙-휙-“하는 대화음이며, 고양이 울음 같은 소리는 구애음이다. 방향과 물체 탐지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20~150kHz이며, ’틱-틱-틱-‘하는 소리를 낸다고 조사되었다. 그럼 고래는 어떻게 다양한 주파수대의 음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비공의 공기주머니로부터 만들어 발신하고 턱뼈로 진동을 수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빨고래류는 이마에 멜론(melon, 음향의 초점을 맞추는 렌즈 역할, 주파수 증폭시킴) 이라는 렌즈모양의 뇌유기관이 발달하였고, 수염고래류는 수염판을 통하여 음향탐지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또한 고래는 잠수를 위한 골격, 피부 및 폐의 기능이 발달하여 더 깊은 수심으로 오래 잠수할 수 있다. 산소를 저장하는 근육색소인 미오글로빈이 발달하여 일반 포유류의 9배나 된다고 하니 실로 상당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폐 속 공기의 교체율도 일반 포유류는 10~15%에 불과하나 고래는 90%에 달한다. 돌고래류는 6분에서 40분간 호흡을 멈추고 160∼60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향유고래는 80분 동안 숨을 참은 채로 수심 3,000m까지도 잠수가 가능하다. 머리 속의 뇌유는 압력을 받으면 응고되어 뇌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쭈굴쭈굴한 피부와 탄력성은 깊은 잠수 때의 압력을 소화해 낸다. 고래가 가지는 큰 몸체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필요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것이다. 고래는 지구 반구의 적도와 북극 사이를 매년 왕래한다. 북극 주변의 차가운 바다는 여름철에 풍부한 먹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고래들은 봄철부터 이곳으로 이동하여 배불리 먹고 에너지를 축적한다. 가을이 되면 다시 따뜻한 적도 바다로 이동하여 짝짓기와 번식을 한다. 귀신고래는 적도 부근 바다와 북극 부근 바다로 매년 2만 km를 이동한다.수면에서 심연까지 종횡무진 움직이는 고래의 먹이 또한 미세한 동물플랑크톤에서부터 소형 갑각류, 거대한 오징어, 바다사자까지 닥치는 대로 먹는다. 고래는 하루에 체중의 약 4%에 달하는 먹이를 먹고 에너지를 축적 하여, 번식장으로 이동할 때 축적된 에너지의 약 20-30%를 소비하고, 새끼를 낳고 젖먹이를 하는데 나머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래의 수명 또한 다양한데 대형고래류는 성숙이 느리고 수명이 길어 80-10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돌고래류는 성숙기가 짧아 3-5년 이면 성숙하고 20-25년 정도 수명을 갖는다.

사진_오경철


사진_오이환/밍크고래


사진_주원

생활 속의 고래
인류가 고래를 이용하게 된 것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렵시대였던 당시 고래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분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신구석기 시대의 유적과 암각화에 고래를 잡는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먼 옛날부터 생활에 많은 부분 고래가 이용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 힘들게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식량을 경작하게 되자 고래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부터 다시 고래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래기름(鯨油)은 당시 유럽에서 청정에너지로 대도시의 등을 밝혔으며, 기계를 돌리는 윤활유로 활용되었다. 자료를 찾아보면 고래잡이는 오늘날 석유 산업을 능가하였던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따라서 서구 열강들은 고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의 바다를 누볏으며, 그 결과 태평양의 많은 섬들이 발견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17세기를 지나 18세기와 20세기에 고래는 과도한 포경 산업으로 멸종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래자원 관리와 포경업 규제를 위해 1946년 “국제 포경조약”이 체결되어 절멸위기에 처한 고래 포획금지, 포획 마리 수 설정, 조업 해역 등을 규제하였다. 가장 처음 포획 금지가 이루어진 고래류는 참고래, 북극고래, 로부스투스고래이고, 이후 1976년 긴수염고래 포획 금지 및 밍크고래 포획 수가 제한되었으며, 1982년 상업 포경의 전면적 금지를 가결하였는데, 남극해에서 이루어지는 원양 포경은 1985년 10월 1일 이후, 연안 포경은 1986년 1월 1일 이후 전면 금지한다는 유예기간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일부 국가에서는 “시 셰퍼드(Sea Shepherd Conservation Society)”와 같은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사 포경”이란 명분을 앞세워 포경을 행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고래기름은 마가린 등의 식료품 및 화장품의 원료로 이용되었으며, 극한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으로 윤활유로 사용되어 20세기 인류로 하여금 아주 먼 거리의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한편 동서 냉전 시대인 1988년 알라스카 바로우만(Barrow Bay)에 3마리의 귀신고래가 얼음에 고립되자 미국무성이 구 소련에 쇄빙선으로 구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요청이 받아 드려져 동서 냉전의 와해 계기가 되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고래는 생활뿐 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움직여온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포경을 다시 재개 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국내외 여론에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고래잡이 찬성 여론은 26년간 포경을 금지하면서 고래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고래에 대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고래의 과학적인 조사를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여론은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 등과 함께 찬성 여론이 주장하는 “고래의 개체수가 증가하여 어획량이 감소”되었다는 것은 입증된바 없다고 이야기 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국립수산과학원 내 고래연구소에서는 국내 연안에서 사라진 한국계 귀신고래를 찾기 위해 몇 년째 연구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포경이 아닌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가 식용으로 비싼 값에 팔리는 현실을 알고 있는 필자는 언론매체를 통하여 접하게 된 “고래잡이”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우울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찬성을 해야 하는지 반대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지만 우매한 탓에 답을 얻지는 못하였다.

사진_주원

고래 상식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이빨을 가지는 종류는 북극지역에 서식하며 바다의 ‘유니콘’이라 불리우는 일각돌고래(Norwhal)이며, 수염고래류 중 가장 긴 수염을 가지는 종류는 북극고래(Bowhead whale)로 수염길이가 3m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고래는 헥터돌고래(Hectors Dolphin)로 길이가 약 39인치(약 1m 정도), 무게는 35kg인 반면, 가장 크고 긴고래는 흰수염고래(Blue whale)로 평균 26.5m 정도지만 무게 190톤, 길이 34m 가량 되는 흰수염고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빠른 고래는 범고래(Orca, Killer whale) 수컷으로 시속 55.5km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혹등고래(Humpback whale)의 평균 이동속도는 7-8km이다.
•수족관에 있거나 포획된 범고래(Orca, Killer whale)의 등지느러미는 똑바로 서있지 않고 구부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범고래의 등지느러미는 연골로 구성되어있으며, 6피트(약 1.8m)까지 자란다. 자연 상태에서의 범고래 지느러미는 깊은 수심(수압)을 빠르게 이동(속도)하는 특성에 의하여 구부러져 있지 않지만, 포획되어 수족관에 있는 범고래는 얇은 수심에 오래 머무르며,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아 구부러지는 것이다.
•고래가 수면에 올라와서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는 행동을 분기(噴氣)라고 하는데, 이는 고래가 잠수 전에 흡입했던 공기를 수면에 떠올라 내보내는 것으로 체내에 머금었던 물을 뿜는 것이 아니라 머리 꼭대기에 있는 외비공(콧구멍) 주위에 고여있던 물이 공기를 내뿜으면서 같이 뿜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소설과 영화로 제작된 “백경(Moby Dick, 白鯨)”은 ‘에이햅’ 선장이 흰고래와 싸우다 바닷속에 가라앉아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전하고 있다. 필자는 소설을 읽은 기억은 있지만 영화로 본 기억은 없으며, 소설을 읽은 뒤에 모비딕을 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한번쯤은 하지 않았을까?지금도 필자는 고래에 대한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동해안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어느 누군가가 그렇게 찾아 헤매이던 한국계 귀신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것을….동경의 대상과 함께 다이빙을 하는 그날을 생각해 본다.

사진_최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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