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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호의 보고-박 정권

참복의 수중세상 엿보기
연산호의 보고 제주도 서귀포
섬 한개창 깊은 수심에 있는 백송 가지를 뒤덮은 담홍말미잘 군락.

작년 이 맘 때 늘 그리워하던 제주를 찾은 적이 있었다. 연중 1~2 회도 감지덕지의 환경이라 투어에 임하는 마음은 어디 멀고먼 해외투어 못지않게 설레듯 단단히 준비해서 가고픈 그런 곳이 제주도 투어다.그리 길지도 않은 2박 3일의 일정이었기에 다이빙 횟수는 고작 3~4회에 만족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국내에서 많이 찾게 되는 지역이 동해 그리고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로 다이버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면 이 3곳의 환경이 제 각각이기에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어서 가끔씩 지역을 달리 해가면서 수중여행을 즐겨 볼만한 일이다.

범섬이 보이는 법환 포구의 저녁

긴 시간을 할애 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1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제주의 독특한 환경을 만나보는 것은 어쩌면 국내다이빙에 있어서 꽤나 고급진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하루 반나절의 다이빙을 위해 그 많은 짐을 꾸려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생활환경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귀하고 값진 투어가 아닐 수가 없기에 준비만 단단히 하는 것으로 그 억울함에 대비를 해본다. ^^
마음 같아서는 온종일 보트다이빙으로 시간도 절약하고, 가고 싶었던 포인트에서만 다이빙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아직 제주의 다이빙 여건이 따라주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문섬 한개창에서 하루 다이빙을 하고, 이튿날 범섬에서 오전 다이빙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얕은 수심에 몰려 있는 주걱치 치어들

늘 마음 속에는 한동안 찾아가지 못했던 내 기억 속의 그 바닷속이 궁금해짐을 어쩔 수가 없다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 인간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한개창 그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분명 예전에 내가 감탄하며 바라보았던 수지맨드라미들이 형형색색의 무리로 나를 반겨줄 것인가? 태풍에 그 모양이 바뀌어졌다는데 또 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튼 차갑고 거의 수직 다이빙으로 바닥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동해다이빙의 스타일에서 자연스럽게 슬로프를 따라 산책을 하듯 시간을 보낼 수가 있으며 보다 따듯한 수온이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무엇보다 동해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환경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문섬 새끼섬

오전에 입수했는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강물이 흐르듯 세찬 물줄기는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게 하는 1년만의 제주 다이빙. 현지 가이드의 브리핑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한개창 절벽에 자리잡은 가시수지맨드라미

입수와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주황색 연산호 군락은 마치 환영의 세레모니라도 하듯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고, 20m쯤에서 점차 만나게 되는 수지맨드라미들이 각자의 색상을 뽐내며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도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40 m 즈음은 세찬 조류에 흩날리는 부유물들로 어두웠지만 수지맨드라미를 에워싸듯휘감아 펼쳐진 담홍말미잘의 자태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조류의 반대 방향까지 걸어나가서 입수를 했기에 출수지점까지 천천히 흘러가듯 진행하는 문섬 한개창의 다이빙은 깊은 수심에서 출발하여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각 수심대에 맞게 분포하는 수중생물들을 관찰하기에 더없이 편안한 포인트다.

가시수지맨드라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

깍아 지른 직벽 즈음에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붉은색 수지맨드라미는 우람한 소나무와 같았고, 커다란 백송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리돔 무리들의 휴식은 한 장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이 아름답고 온갖 수중생물들을 모아놓은 듯한 그래서 마치 커다란 수족관과도 같은 풍요로운 수중환경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주황색 가시수지맨드라미가 우뚝 솟아 있는 모습

아쉬움이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건 이러한 귀중한 환경이 제대로 평가 받고 합당하게 유지보호 되어야 하는데 많이 무관심하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주기적으로 환경평가 모니터링이라도 하면서 풍요로운 바다를 기대해야 옳은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그 값어치를 알아줄 것이란 말인가?

좀 더 가까이서 촬영한 어린 주걱치들

시간이 주어진다면 역시 한동한 찾지 못했던 섶섬에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다음날 비행시간을 염두에 두고 이튿날은 범섬에서 서둘러 오전다이빙으로 마무리 하기로 한다

분홍수지맨드라미 군락 속의 황갈색 해송

범환 항에서 다이빙 전용선에 장비를 싣고 도착한 범섬은 휴일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예전의 내 기억에는 장비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에는 여지없이 다이버들로 북적이던 그런 모습이었는데 못내 아쉽고 저물어가는 가을만큼이나 황량함이 가득했다.

파식대에 자리잡은 다이버들

범섬의 남쪽으로 돌아가면서 이루어지는 직벽을 타고 내려가본다. 마치 모알보알의 직벽 아래 심연을 바라다보듯 어제 보다는 깨끗한 시야가 이국적이다. 월을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각종 산호들의 도열이 꽃밭을 지나는 감흥을 전해주고, 바닥 즈음에 빼곡하게 모여 쉬고 있던 줄도화돔 무리들의 숨소리는 우렁찬 생동감을 들려준다.

다이빙을 마치고 철수하는 다이버들

평야에 펼쳐진 감태밭의 풍성함은 살아있는 제주바다의 원천이며 생명력이다. 문득 하루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았던 옛 기억처럼 이곳에서 야간다이빙을 해보고 싶어졌다.

다이빙을 마친 다이버의 수중카메라를 들어주는 동료

섬 하나에서 느끼고 누리고 깨달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타지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기억 속의 제주 바닷속과의 만남이 한동안 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육지에서의 파김치와도 같은 생활에 좋은 향신료가 되어줄 것이다.이번에도 기대에 넘치고 오감이 만족하는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만끽했으니 그리 오래지 않아 또다시 제주도는 그리움이 되어 나로 하여금 짐을 꾸리도록 재촉해올 것이다.

줄도화돔 무리

고통스러운 압박은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하지만 다이버에게 있어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어진다는 것, 갈 곳이 있어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보며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보상이요 온전히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보상과도 같을 것이다.

범섬 절벽의 해송들과 진총산호들

또 언제 제주를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들이 잘 유지되고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면서 그런 바다를 가까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읊조린다.

"안전하고 즐거운 겨울다이빙이 되길 바랍니다."


박정권(참복)
신풍해장국 대표
수중사진가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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