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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와 공은의 프리다이빙 도전기_김고은

2012년 7월 2일 필리핀을 떠나 이집트 다합까지 먼 길을 날아온 지 어느덧 4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넉 달 동안의 이집트 체류를 접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저희는 다합에 와서 처음으로 프리다이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하는 SSI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었지요. 그리고 사흘 전 끝난 세계 대회에서 동하와 제가 한국 프리다이빙 기록을 새로이 수립하였습니다. 이곳, 이집트 다합은 짧았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우리 삶에 담아 낸 의미 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동하와 제가 프리다이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대략 4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프리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곤 했었죠. 오래 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스쿠버 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프리다이빙을 병행하기 어려웠던 터라 적당한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집트 다합에 유명한 프리다이빙 스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구체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7월에 그 꿈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지요. 처음 다합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다가 아니라 사막이었습니다. 눈앞을 가득 메워 펼쳐진 끝없는 사막과 피부가 갈라질 것 같은 건조함이 제가 떠나온 필리핀과 너무 달라 무척 어색하고 낯설었지요. 바다는 사막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프리다이빙센터에는 남아공 출신의 키 큰 미남강사가 저와 동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SSI 레벨 1 프리 다이버 과정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씩 프리다이빙을 알아가는 재미는 안 해 본 사람은 결코 모를 테지요.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동하 강사와 제 실력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한지 이틀만이였죠. 프리다이빙은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여 가능한 한 빠르게 내려가야 하는데 이때 압력평형을 빠르게 자주 해주어야합니다.혹시 여러분은 압력평형방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아셨나요? 저희는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여러 압력평형 방법을 크게 나누면 두 가지 정도로 좁힐 수 있는데 바로 '발살바'와 '프렌젤'입니다.발살바는 폐 아랫부분의 횡경막 근육을 이용해서 폐에 있는 공기를 귀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공기가 계속 공급이 되는 스쿠버다이빙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프리다이빙에서는 적합하지 않아요. 이유는 프리다이버들은 내려갈수록 폐에 압착도 오고, 머리를 밑으로 향해서 내려갈 때에는 폐의 아래쪽으로 공기가 쏠리므로 그 공기를 귀까지 끌어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횡경막이라는 큰 근육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힘도 많이 들고요.반면 프렌젤은 우리의 목에 있는 작은 근육을 이용해서 목과 코 뒷부분에 있는 공기를 바로 귀로 올려주는 방법입니다. 압력평형에 사용되는 공기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정도의 공기만으로도 쉽게 압력평형을 할 수가 있어요. 당연히 힘도 덜 들고 폐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발살바와 달리 압력을 귀까지 빨리 끌어 올릴 수가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프리다이버들은 이 방법을 사용한답니다.문제는 여기서 부터였습니다. 전 예전부터 압력평형 방법으로 전형적인 발살바를 사용했는데 놀랍게도 동하는 이제껏 발살바를 해 본적도 없이 처음부터 프렌젤을 해왔던 것입니다. 당연히 이때부터 실력의 차이가 확확 나기 시작합니다. 아아아.머리를 밑으로 향하여 쭉쭉 내려가는 동하에 비해 저는 너무 안타깝게도 머리를 밑으로 하면 단 5m도 못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후 몇 차례의 트레이닝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전 프리다이빙을 거의 포기할 지경이었지요.

프리다이빙은 수면 근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상승하는 다이버를 안전 다이버가 함께 지켜봐 주어야 한다



반면 동하는 Level 1 코스를 마친 후 바로 2, 3까지 일사천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사실 동하는 별 어려움 없이 최단시간 안에 코스를 패스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프리다이빙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강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1년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무튼 동하는 별다른 트레이닝 없이도 바로 강사코스까지 들어가게 됩니다.반면 저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였어요. 안 그래도 미안해하는 동하가 더 미안해하지 않도록 동하 앞에서 억지로 웃으려 노력하는 일도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고요.그러던 중 날짜는 흘러 8월이 다가왔답니다. 당시 프리다이빙스쿨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험 삼아 새로 시행하게 됩니다. 동하에겐 강사가 되기 전 숍에서 일도 도우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강사시험 비용 할인도 되었구요.동하가 강사시험을 보고 강사가 되던 9월 중순까지도 저는 압력평형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프리다이빙이 막 싫어지려하던 찰나였지요. 강사시험 마지막 날 잠깐 사진을 찍으러 교실로 향했습니다. 그때 이곳 숍의 오너인 린다(Linda)라는 유명한 프리다이버가 압력평형이 안 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지를 알려주고 있었어요. 우연히 그녀를 만난 그때 그 교실에서의 장면은 어쩌면 머리가 아니라 제 심장과 폐에 각인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린다(Linda)도 처음 프리다이빙을 시작했을 당시 압력평형이 되지 않아 4개월 동안 연습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제게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전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은 학생들이 프렌젤이 안될 때면 누구보다 설명을 잘 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지요.9월 중순 드디어 동하가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SSI 프리다이빙 강사가 됩니다. 이때쯤부터 저도 압력평형이 되면서 다시 프리다이빙에 빠져 열심히 트레이닝 하면서 천천히 수심을 늘려갔습니다. 이때 들려오는 엄청난 소식 한 가지, 바로 이집트 다합 블루홀에서 AIDA 프리다이빙 국제대회가 10월 말에 열린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계속 동하를 지켜보던 트레이너와 강사들은 동하가 대회에 꼭 참석했으면 했고, 그들은 동하가 한국기록을 새롭게 달성할 수 있을 거라 말해주었어요. 동하 역시 한국기록은 둘째고, 이런 국제대회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경험삼아 출전하기로 결정합니다.대회가 두 주 앞으로 다가왔을 무렵부터는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오시는 한국 분들도 많아져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고 틈틈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대회준비를 했습니다.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전혀 대회 참가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린다가 제게 대회기간동안 도와주면 참가비 없이 출전하게 해준다는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전 고민 끝에 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에야 스태프로 대회를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두 가지 종목에 출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어차피 경험삼아 하는 거고 실패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으므로, 제게는 대회에 큰 부담이 없었어요. 대신 실력이 일취월장한 동하는 네 가지 전 종목 (static, FIM, CWT, CNF) 출전하기로 하였습니다.


1 모노핀을 이용한 프리다이빙 훈련


2 수면의 프리다이버들

CNF 부문 기록 다이빙을 진행하고 있는 김동하 강사

CTW 부문 기록 다이빙을 진행하고 있는 김고은 강사

드디어 밝아온 대회 당일(2012년 10월 25일)
25일 첫날은 숨 참기종목(static)이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수영장에 얼굴을 담그고 말 그대로 숨을 참으면 되는 종목으로 이 종목에서 동하는 5분 19초를 기록하여 첫 번째 한국기록을 쓰게 됩니다. 26일 대회 둘째 날, 이날부터 본격적인 수심다이빙 종목으로 들어섭니다. 종목명은 FIM, 이 것은 오리발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줄을 이용해 라인을 당기면서 하강과 상승을 해야 하는 종목으로 다이버의 선택에 따라서 머리를 아래로 한 후 거꾸로 하강하거나, 반대로 다리를 아래로 해서 서서 하강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합니다.
이 종목에서 동하는 60m라는 기록으로 두 번째 한국기록을 달성하고, 저는 25m로 부끄럽지만 한국기록을 새롭게 달성하게 됩니다. 제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한국에서는 여자부문 프리다이빙 기록이 전무하여 누구든 나가기만 해도 한국기록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대회 중반부로 들어선 27일 세 번째 날, 이날은 CWT 종목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전 선수들이 준비를 하는 부이에서 선수들을 도와주는 스태프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하기 전 제일 첫 순서로 다이빙을 하고 다시 업무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CWT는 하강과 상승 시 줄을 건드리지 않고 오직 오리발만 이용합니다. 다이버는 일정한 무게의 웨이트를 착용해야 하며 줄은 하강 후 상승을 위한 턴을 할 때 한번만 잡을 수 있어요. 또한 다이빙 도중 본인의 웨이트를 풀거나 다른 어떤 부력기구도 사용할 수 없으며 오직 본인의 힘으로만 잠수하고 돌아오는 경기로 프리다이빙 종목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이날 CWT 종목 30m로 두 번째 한국기록을 세우게 되고요, 동하 역시 60m로 세 번째 한국기록을 수립합니다.드디어 마지막 날인 28일. 동하와 제게는 가장 부담 없는 날이었습니다. 전 두 종목만 참가했기에 다이빙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동하가 출전한 CNF 종목은 아직까지 한국다이버가 시도한 적 없는 종목이어서, 단 10m만 가더라도 한국기록이었으니까요. 이 종목은 동하가 가장 어려워했고, 연습도 대회 전날 단 하루밖에 하지 않았었던 종목으로 다이버는 하강, 상승 시 동일한 웨이트를 착용해야 하며, 다른 장비(오리발, 줄 등)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리발이나 줄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강과 상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프리다이빙에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종목에 비해 기록 수심도 깊지 않습니다.이 종목에서 자랑스런 한국인 김동하는 35m 라는 개인통상 네 번째 한국기록을 세웁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여러분들이 잠시 책에서 손을 떼고 박수를 쳐 주시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모든 프리다이빙 대회가 끝나고, 동하는 네 종목 한국기록 보유자가, 전 두 종목 한국기록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희가 해낸 일이 꿈처럼 지나가면서 아직도 믿기 힘들고 얼떨떨합니다. 압력평형조차 하지 못했던 저였기에 더욱 그런 지도 모르겠네요.

1 CTW 부문 60m 한국기록을 세우고 감독관에게 텍을 건내는 김동하 강사


2 프리다이빙의 한국기록을 나란히 달성한 김동하 강사와 김고은 강사

저희는 이제 다시 고향 같은 필리핀으로 돌아갑니다. 동하 강사는 계속 프리다이빙을 전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동남아에서는 유일하게 필리핀이 가까운 바다에서도 깊은 수심이 나와 프리다이빙을 하기 적합합니다. 또 한국과 가까워서 앞으로 프리다이빙에 도전하고 싶으신 우리나라 다이버들에게 희소식이 아닐까싶네요.프리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참은 상태로 얼마만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물속에서 편안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평소에 요가나 명상 등을 많이 하구요. 프리다이빙은 심리적, 정신력 요인이 전체에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키나 폐활량, 호흡량 등 신체적인 조건은 이차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대회기간동안 확인 한 결과 60세가 넘은 아저씨 다이버도 계셨고, 50대 아줌마 다이버도 계셨어요. 또 남자부문 3등을 차지한 다이버는 키가 170m이 채 안 되는 19살의 청년이었죠. 남녀노소 관계없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면 누구나 도전 해 볼만한 스포츠입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엄청나게 인기 있는 스포츠로 이곳 다합에서는 스쿠버다이버들 만큼이나 많은 프리다이버들을 볼 수 있답니다.아직까지는 한국에는 프리다이버들이 많진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이 글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국제대회에서도 많은 한국 프리다이버들을 볼 수 있게 되길 살며시 꿈꾸어봅니다.왠지 낯설고 어색해서 정신없이 서둘러 풀었던 배낭을 천천히 채워 싸며, 또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글을 쓰며, 지난 넉 달 동안을 떠올려 보니,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들이 곧 여러분의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프리다이빙이, 바다가, 체온보다 더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겠지요. 저를 꼭 안아주던 바다와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 처럼요. 이제 동하와 저는 필리핀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합니다. 동하는 벌써 배낭을 메고 일어섰네요. 잠시 노트북을 덮고,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보홀에서 많은 한국인 프리다이버들을 만나기를 기원해봅니다.

1 프리다이브 다합의 오너 린다와 함께


2 SSI 강사가 되던 날의 동하와 스페인 친구 Pepe


3 AIDA 심판 Lotta와 김고은 강사


4 김고은 강사의 펀다이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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