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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다이빙과 참치해체쇼 - 2019/07

욕지도 다이빙과
참치해체쇼

욕지도 외초도의 건강한 조하대 생물 군락. 녹아가는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와 담치들이 눈에 띈다.

지난 7월 15일~17일 2박 3일 일정으로 경남 통영시의 욕지도를 다녀왔다. 욕지도 노적마을에 자리잡은 욕지도수중여행의 이종술 대표의 초대를 받아 휴가를 겸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다. 마침 달포 전에 욕지도의 정치망에 들어 온 눈다랑어(Bigeye tuna)를 구매하여 수협 냉동창고에 급랭을 시켰다고 했다. 지인들을 불러 참치해체쇼를 할 예정인데 다이빙도 하고 참치도 먹고가라는 것이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욕지섬으로 둘러싸인 욕지항 모습

욕지도 노적마을 포구 주변

욕지도로 가는 길
욕지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다이버들에게 권장하는 것은 통영 산양면의 삼덕항에서 욕지항까지 직항으로 운항하는 영동해운의 고속페리를 이용해서 들어가는 방법이다. 물론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욕지항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사선을 이용해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차량을 가지고 가든, 차량은 두고 장비만 들고 가든 삼덕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욕지도 노적마을

녹운도


항해시간은 회사에서는 50분이면 도착한다고 하지만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편도요금은 승객 7,600원, 승용차는 22,000원이다. 왕복이라고 할인되는 것은 없으니 차량을 갖고 1사람이 이용한다면 편도 29,600원, 왕복 59,200원이다. 다이빙 장비와 촬영장비 등 장비가 있으니 여러 명이 움직인다면 차량을 한 대 갖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영동해운: www.yokji.or.kr

욕지도 노적마을
욕지도는 대한민국에서 36번째로 큰 섬이다. 면적은 12.619km2, 주민수는 2,300여 명이다. 본섬 욕지도 외에 우도, 연화도, 두미도 등 유인도 9곳과 무인도 40여곳 등의 부속도서가 있다. 욕지항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길을 가다 보면 섬을 일주하는 도로가 갈라지는 3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한 다음에 바로 다시 좌회전하면 노적마을로 가는 섬의 동쪽 편으로 가게 된다. 중간에 구름다리도 보이고, 고구마 빵과 커피를 파는 전망 좋은 가게도 지나면 욕지도 노적마을로 내려가는 갈래길이 나온다. 처음 가는 사람도 길을 잃지 않도록 욕지도수중여행 간판이 군데군데 있다.

앞마당에서 바라본 방 3개짜리 리조트 건물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가 있는 마을

노적마을은 해변의 계곡을 따라 8호 정도의 집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욕지도수중여행은 해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마당에 잔디밭이 있고, 방 3개에 거실이 딸린 양옥집이다. 그 아래에 샤워실과 장비실이 따로 있고, 공용 화장실도 있다. 해변으로 내려가면 자갈마당이 있고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다이빙 보트는 선착장 앞에 묶어 두고 보트 다이빙을 나갈 때 이용한다.

그늘막이 있는 다이빙 준비 공간

보트를 타고 다이빙을 나가는 다이버들

욕지도수중여행의 다이빙
리조트에서 장비를 세팅하여 차량에 실어 놓으면 선착장까지 옮겨준다. 배에 옮겨 싣고 다이빙을 나가면 욕지도 전체가 다이빙 포인트이다. 리조트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초도와 그 뒤에 있는 외초도, 남쪽에 있는 검등여와 흑초, 남동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외장덕까지 외해로 나가 있는 섬들이 모두 다이빙 포인트이다. 그 외에도 리조트 바로 앞의 비치는 물론이고 섬 둘레 곳곳이 들어가면 다 포인트가 된다. 그 많은 포인트들을 일일이 경험해볼 수는 없기에 외초도 가장 동쪽에 있는 수중여인 피쉬뱅크 포인트를 찾아가 보았다.

욕지도 피쉬뱅크 포인트의 볼락 무리

월을 따라 부채뿔산호 군락이 발달해 있었다

수심 10m 내외에 봉우리들이 있고, 그 밖으로 감태들이 빽빽한 넓은 암반이 펼쳐지다가 월을 만들며 깊어 졌다. 봉우리 사이의 계곡에는 돌돔과 벵에돔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녔고, 바위 아래 구석진 곳에는 볼락들이 떼 지어 모여 있었다. 종종 혹돔들이 보이긴 했지만 거리를 주지 않았다. 어린 녀석들도 있었지만 제법 덩치가 있는 녀석들도 보였다. 강담돔, 부시리, 참돔 등도 간혹 보였고, 자리돔은 제주도보다 많았다.

해송이 있는 절벽

얕은 수심 쪽에는 해조류 군락에 놀래기류가 많았다

바위 벽에 붙어 있는 멍게들과 자리돔들

처음에 봉우리 사이를 돌아다니며 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남쪽으로 절벽을 따라 돌았다. 절벽에는 해송도 있었고, 붉고 노란 멍게들이 붙어 있었다. 한쪽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유착나무돌산호를 발견했다. 군체가 나무처럼 생겼으며 이웃 가지와 유착되어 있는데 살아있는 폴립의 색깔은 밝은 주황색이다. 울릉도와 거문도에서 직접 관찰하여 촬영한 적이 있는데 욕지도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벽에 위장하고 있는 쑤기미도 볼 수 있었는데 색깔이 바닥이랑 너무 똑같아서 사진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가까이 접근하니 자리를 옮기는데 동영상으로 촬영하니 비로소 물고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평균수온 21℃, 최대수심 22m, 45분 다이빙을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유착나무돌산호

보라예쁜이해면

계곡 사이에 모여있는 볼락

두번째 다이빙은 외초도 동쪽 끝 여의 북쪽에서 입수하여 섬을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혹돔을 볼 수 있는 바위가 있다고 하였기에 들어갔는데 조류가 있었다. 혹돔들이 여럿 보였지만 크기는 작은 것들뿐이었다. 볼락들이 특히 많았는데 조류를 피해 바위 사이에 모여 있었다. 자리돔 또한 엄청나게 많았고, 어린 전갱이도 떼지어 몰려다녔다. 돌돔과 벵에돔들도 있었지만 거리를 주지 않아 사진을 촬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대한 벌집처럼 보이는 해면을 보았는데 마치 열대바다의 항아리해면처럼 덩치가 컸다. 남해안 다이빙을 하다 보면 아직도 이름을 찾기 힘든 해양생물들이 많다. 공부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우리 바다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끼벌레들이 자리잡은 바닥에 위장해 앉아 있는 쑤기미

바위 사이의 부채뿔산호 군락

노출된 바위 위에 무리 지어 있는 얼룩갯고사리 군락


김해에서 온 다이버들이 세번째 다이빙은 선착장에서 비치 다이빙을 한다고 하길래 같이 입수하였다. 평균수온도 22℃라면 하루에 3회 다이빙을 하는 것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볼락은 여기저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자리돔은 제주도보다 더 흔하게 보였다

거대한 항아리를 닮은 해면 군체

죽도 1번 포인트의 명물 해송 군락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 앞의 선착장은 비치 다이빙을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오픈워터 해양실습을 하거나, 초보 다이버들이 버디와 함께 경험을 쌓기에는 딱 좋을 정도로 수심도 10m 내외로 얕았고, 시야도 적당했으며, 암반과 모래가 만나는 지역이라 물고기들과 해양생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위에 앉아 있는 돌팍망둑

외초도 조간대

필자야 광각사진을 세팅하였지만 해마가 있을 만한 모자반 숲도 있었기에 마크로촬영을 즐기기에도 괜찮은 환경이었다. 볼락과 풀미역치, 자리돔, 돌돔, 벵에돔, 강담돔, 혹돔, 참돔 등 보트 다이빙에서 보았던 물고기들을 대부분 볼 수 있었다.

폐 로프 근처에도 볼락들이 모여 있었다

바위 아래로 따라온 용치놀래기들

바닥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나무해삼

모래 바닥에 자리잡은 투명한 연산호

참치 해체 쇼

다음 날 이종술 대표의 회원들과 지인 등 20여명이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로 모여들었다. 참치 해체를 위해 유튜브를 보고 공부를 하고, 전기톱과 칼도 준비하였다. 참치 꼬리에 줄을 묶어 기념촬영을 한 다음에 냉동된 참치를 톱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영하 40℃로 급속냉동된 참치는 딱딱해서 톱으로 썰어야 하는데 55kg 참치에 비해 준비된 전기톱은 좀 작았다. 이종술 대표를 비롯해 남자 4명이 붙어서 참치를 자르기 시작했는데 과정이 쉽지 않았다. 겨우 한 도막씩 잘리기 시작했고, 이종술 대표는 잘라진 참치 도막을 주방으로 옮겨 다음 과정을 준비했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남은 참치를 잘랐다. 그 과정은 길고 지루했다.


처음 참치를 가져온 후 두어 시간이 지나서야 상이 차려졌다. 그런데 차려진 상은 여느 일식집과 다르지 않았다. 나무 쟁반 위에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차돌과 천사채를 깔고 그 위에 참치를 부위별로 놓았으며 마지막으로 금분까지 뿌려져 있었다. 고추냉이와 간장에 찍어서 먹어보니 입에서 바로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첨에 참치를 자를 때까지만 해도 이런 참치회를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놀라웠다. 이종술 대표가 한 때 창원에서 횟집을 했던 경력이 있기에 참치해체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에 또 정치망에 참치가 들어온다면 그때는 더 잘 해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55kg의 참치는 잘라서 욕지도 이웃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30명이 하루 종일 먹고도 남아 다음 날 찾아온 대전의 다이버들도 맛을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마무리
욕지도를 방문하면서 원도 다이빙에 대한 기대도 했었다.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는 국도, 좌사리, 굴비도 등 원도 다이빙을 원하는 다이버들이 있을 때는 큰 배를 빌려서 다이빙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욕지도 근해에도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기 때문에 왠만한 다이버들이라면 욕지도 근해 다이빙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리조트에서 휴식하다가 마음이 동할 때 다이빙을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번 2박 3일의 욕지도 여행에서 그런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종술 대표는 다이빙 교육을 받으면서 “욕지도 한달살기”를 원하는 다이버들이 있다면 들어오라고 한다. 리조트 방 한 개를 내주고 같이 살면서 함께 다이빙도 하며 힐링을 하자는 것이다.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의 잔디밭 마당에 앉아 눈 앞의 바다를 보고 있으면 더운 여름날에도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해질녘에는 한참 있으면 자켓을 찾아 입어야 할 정도로 한기가 느껴질 정도라 무더위에 피서를 즐기기에 딱 좋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풍경과 그 분위기가 느껴져서 그립다. 다이빙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다.

밤 바다에 모닥불을 피우고 추억을 만드는 다이버들

배를 타고 나오기 한시간 반 전에 리조트를 나와서 욕지도를 한바퀴 돌았다. 차로 한 바퀴를 도는데도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바다를 보며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를 한잔 먹고 싶었는데 욕지항 근처에 가야 겨우 커피숍이 있었다. 노적마을 근처에 고구마빵이랑 커피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전날 가봤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찾으려던 것이다. 결국 욕지도 할매바리스타라는 곳에서 커피와 욕지도 고구마빼떼기 죽을 시켜 먹으며 잠깐 추억에 잠겼다가 욕지도를 나왔다. 언젠가 다시 한번 찾게 될 것을 기약하게 된다.

노적 마을 앞의 섬들. 초도, 외초도, 녹운도, 연화도 등이 보인다.

욕지도수중여행 리조트
대표: 이종술
주소: 경남 통영시 욕지면 노적길 89-12
전화: 010-3816-6055

최성순

스쿠버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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