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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진 “투세미안”을 다녀와서 2019/06

아야진 “투세미안”을 다녀와서

이른 새벽 아야진으로 가는 길은 살짝 안개가 끼어 다이빙의 즐거움과 설렘을 더 해 주었다. 마치 물속 깊은 곳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를 안겨주듯 말이다. 너무나 오래 만에 찾아온 아야진은 그동안 몇 번 주인이 바뀌었지만 예전의 장소와 모습은 그때 그대로였다. 지금은 배우 ‘하재숙’ 강사의 남편인 ‘이준행’ 강사가 운영을 하고, 하재숙 강사는 드라마 촬영이 없는 주말에 간혹 오는 것 같았다.

투세미안의 포인트의 모습

우리는 아야진 다이브 리조트에 도착하자 마자 다이빙 준비를 했는데 이날 오전에 보트 다이빙은 우리 팀 밖에 없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왔다. 다이빙 전에 이준행 강사님은 유리창에 보드마카를 이용해서 포인트에 대한 그림도 그려주고 상세한 브리핑을 해 주었고,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 바로 앞에서 배를 타고 나갔다. 아주 오래전 투세미안에서 다이빙을 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포인트로 향했다.
‘투세미안’은 스페인 말로 “넌 내 꺼야 ~!” 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누가 언제, 왜 포인트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포인트 이름에 걸맞게 이 지역 최고의 포인트 임은 확실한 것 같다. 설악산의 줄기가 바닷속에서 이어져서 고성 앞바다의 비경은 작은 설악산의 모습처럼 깊은 계곡으로 어우러져 있다. 이 포인트는 평균 수심이 30m나 되는 곳이다. 따라서 초보자들이 다이빙을 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 투세미안 포인트를 들어가고 싶으면 경력이 있는 다이버들과 짝이 되어서 들어 가는 것이 좋다. 우리 팀도 첫 다이빙은 초보자를 제외하고 들어 갔다.

모자반 군락

투세미안 포인트에 도착해서 리조트 사장은 하강 줄을 떨어 뜨려 주었다. 다행히 조류는 없다. 간혹 조류가 심할 때는 미처 포인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떠밀려서 제대로 구경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하강줄을 참고 삼아 입수를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간 투세미안은 역시나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나의 마음을 충분히 매료시켰다. 깊은 수심이다 보니 다이빙 시간이 짧은 것이 아쉬웠었다.

모자반 사이를 유영하는 다이버 (신승태씨)

모자반이 숲을 이룬 모습 같다

문암리의 낙산대기처럼 빨간 산호들이 곳곳에 빽빽하게 자라고, 그 주위를 볼락무리들이 유영을 하는 모습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정말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요 근래 동해안의 수중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눈으로 만족하고 마음으로만 그 모습을 담아야 하는 다이빙이었다. 입수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추위가 밀려 온다. 같이 들어간 일행들이 춥다고 올라가자고 수신호를 건내 준다.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아서 SMB를 준비하는 순간에 바로 옆에서 하강 할 때 내려준 라인이 보인다. 다 같이 라인을 따라서 상승을 시도하고 나는 몇 장의 사진을 더 담고 상승을 했다. 아쉬웠던 수중 시야와 차가운 수온만 아니면 마냥 즐거웠을 다이빙이 우리들에게 다음에 또 찾아오라는 무언의 약속을 하는 느낌이었다.

소청포인트에서 하늘을 바라본 모습

암반 사이를 지나가는 다이버 (신승태씨)

1차 다이빙을 마치고 2차 다이빙은 ‘고인돌’ 포인트로 갈려고 하다가 모자반이 잘 자라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니까 ‘소청봉’이란 포인트로 안내해 주었다. 바닥 수심이 10m도 채 되지 않는 얕은 수심에 평균 수심은 6m 정도 되는 곳이었다. 입수 하자 마자 한눈으로 물속 바닥이 다 보인다. 첫 다이빙보다 오히려 얕은 수심에서 시야가 좋다. 바위 사이에 크랙을 따라 가면서 유영을 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모자반 숲 속에 들어가 있었다. 바닥에서 수면까지 쭉 자라나 있는 모자반 사이 사이를 돌다 보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전복, 갯민숭달팽이, 소라 등등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었다. 잘피는 꽃을 피우려고 준비 중에 있었고, 작은 치어들은 해조류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바닥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모자반 사이로 텅 빈 하늘빛이 얄궂게 보였다. 다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빛 내림의 영롱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맑은 시야 속에 초보자부터 경험 많은 우리 모두는 즐겁게 다이빙을 마쳤다. 첫 다이빙은 20분을 조금 넘게 했지만 두 번째 다이빙은 약 50분이라는 긴 시간을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 몰랐고 수심인 얕다 보니 50분을 다이빙했지만 공기통의 공기는 절반 정도만 사용을 했다. 다음에는 좀더 좋은 시야를 기대해본다.

투세미안의 포인트의 모습

투세미안에서 (신승태씨)

다이빙을 마치고 나서 리조트 옥상에서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햇빛이 없었던 것이 다이빙할 때는 반갑지 않았지만 오히려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6월의 어느 연휴에 우리는 아야진에서 즐거운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다. 동해 바다의 시야가 좋아지면 아야진의 투세미안에서 (신승태씨)을 한번 더 오자고 약속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상훈
다이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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